WTO 내년초 출범-美 어떻게 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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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美의회의 UR협정 이행법안 통과가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 23일 차기 美공화당 원내총무가 확실시되고 있는 보브 돌 상원의원이 클린턴 美대통령과의 백악관회동후 UR협정법안이 통과되는데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29일에 있을 하원표결은 물론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12월 1일의 상원표결도 별다른 마찰없이 순조롭게 이뤄질 전망이다.
당초 UR법안을 둘러싼 논란의 발단은 UR법안으로 출범하게 될 WTO체제가 미국의 독자적인 정책수행을 어렵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여기다가 일부 시대착오적 보호주의자들의 목소리가 가세하고 지난 18일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美공화당이 UR법안통과문제를 자신들의 공약인 세금감면과 연계해 들고 나옴으로써 UR법안은 연내통과가 극히 불투명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UR법안처리가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의회에 수정없이 찬반만을 묻는 신속처리권한의 연장을 이미 포기한 클린턴대통령으로서는 법안통과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무수하게 쏟아질 각종 수정안에 파묻힐 게 뻔하다.
이렇게 되면 내년 1월1일로 예정된 WTO체제의 출범은 불가능해진다.미국이 빠진 WTO는 사실상 성립하기 어렵다.더구나 유럽연합(EU)과 함께 UR협상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한 미국이 정작 국내비준절차를 거치지 못해 불참한다면 이를 지켜보는 다른 나라가 WTO비준을 서두를 이유가 없어진다.
美의회의 UR협정이행법안 통과여부는 여타국가의 비준에 결정적인 시금석(試金石)이자 WTO체제출범의 열쇠인 셈이다.그러나 이제 가장 큰 걸림돌이 치워진 셈이므로 공은 우리나라를 포함해아직 UR협정비준절차를 마치지 못한 나라들로 넘 어가게 됐다.
문제는 클린턴행정부가 UR법안통과를 위해 돌의원과의 타협안으로 WTO체제를 부정할 가능성이 있는 보완방안을 도입키로 했다는 점이다.
물론 다분히 의회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명분축적용의 성격이강한 것이지만 WTO의 권능을 처음부터 무시하는 듯한 미국의 태도는 WTO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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