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줌마 남미 거벽도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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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파타고니아 원정을 앞두고 맹훈련 중인 한미선, 이명선, 이명희씨(왼쪽부터) .

9일 오후 서울 북한산 인수봉. 30~40대 ‘아줌마’ 3명이 언 손을 비비며 능숙하게 암벽을 타고 있었다. 다음달 9일 남미 파타고니아 산군(山群)원정을 앞두고 맹훈련 중인 이명선(41),한미선(36),이명희(35)씨가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파이네 중앙봉(해발 2800m)과 세로토레(3102m)를 오를 예정이다. 파이네 중앙봉과 세로토레는 암벽 표고차만 각각 1500m, 700m에 이르는 거벽이다. 남자대원은 없다. 가이드, 포터도 없이 이들끼리 오른다. 지난해 알프스 그랑조라스(4210m) 거벽을 오른 ‘아줌마 원정대’(본지 2006년 5월 19일자 W1면 참조)에 이은 ‘아줌마 원정대 2탄’이다.

지난해 그랑조라스 대원이었던 이명희씨는 올 1월 등반가인 남편이 파타고니아를 다녀와 자랑하자 원정을 결심했다고 한다. 자신이 대장을 맡고, 암벽등반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명선씨와 한미선씨를 규합했다. 의류업체와 IT업체들의 지원을 받는다.

학습지 교사인 이명선씨와 법무법인 직원인 한미선씨는 장기휴가를 내고 떠난다. 이들이 원정갈 때 남편들이 집안 일과 아이를 돌본 다고 한다. 훈련은 주말을 이용했다.

이명선씨는 1987년부터 취미로 산행을 하다가 96년 본격적으로 등반 공부를 해 각종 인공등반대회와 빙벽등반대회를 휩쓸었다. 한미선씨도 90년대 후반부터 암벽등반에 재미를 붙여 호주 블루마운틴,미국 요세미티 원정을 다녀왔다.

산에 대한 이들의 생각이 재미있다. 이명선씨는 “산에 있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며 “산은 인간에게 공포와 환희를 집약적으로 경험하게 한다”고 예찬론을 편다. 한씨는 “평지에서는 평생 느끼기 어려운 감정을 고산에서는 단 하루에 느낀다”고 말했다.

대장인 이명희씨는 “이번 등정을 성공리에 마친 뒤 더 넓고 높은 곳을 향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을 세계 만방에 보여주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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