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雪上加霜 한국하키 대들보 유승진 日소속팀 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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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제8회 월드컵 세계남자하키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대표 선수중에는 소속이 특이한 선수가 눈에 띈다.일본 실업 효지토소속의유승진(柳承辰.25).
소속은 일본실업팀이지만 국제대회때마다 한국대표팀의 미드필더로많은 활약을 해와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를 굳힌지 이미 오래다.
그런 柳가 이번 월드컵에서는 마지막게임까지 치르지 못하고 27일 對벨기에전을 끝으로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지난주 간사이(關西)종합선수권대회에서 텐리대(天理大)에 패한 효지토가 내달1일부터 열리는 일본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柳를 긴급 소환했기 때문이다.6강진입을 겨냥중인 한국은 따라서 29일과 30일에 있을 세계최강 네덜란드와 독일전에서 더욱 힘든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게 된다.
柳가 일본행을 택한 내력을 살펴보면 한국하키의 아픈 역사가 그대로 드러난다.
경기력면에서 한국하키는 이미 세계정상급이지만 불과 1년전만해도 국내에는 변변한 실업팀 하나 없었다.한국최초의 남자실업팀인성남시청이 창단된 것이 지난해 12월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그이전에는 대학을 졸업하면 받아줄 팀이 없어 우 수선수들이 생계를 위해 운동을 그만두는게 다반사였다.
유승진도 91년 경북대를 졸업하면서 이러한 위기를 맞았고 결국 중1때부터 잡았던 스틱을 놓을수가 없어 고민끝에 효지토로 진로를 결정했던 것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서는 柳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김상렬(金相烈)감독과 협회관계자가 두번씩이나 일본으로 건너가 소속팀에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최근 효지토가 대학팀에 패한 충격으로 柳를 예선 3경기에서만 뛰게한뒤 일본으로 돌려보내라는 방침을 전해왔다.큰일을앞두고 있는 한국으로선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柳가 진로문제로 고민할때 국내에서 아무도 柳 를 챙겨주지 않았던만큼 지금에 와서는 한국으로서도 아무 할말이 없는 처지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다시는「제2의 유승진」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은 모든 하키인들의 공통된 바람이었다.
[시드니=朴炅德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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