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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핀’ 또 맞는 미국 경제 11일 기준금리 인하 폭 관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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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10면

요즘 미국 경제를 보면 모르핀 주사로 연명하는 중환자를 연상하게 된다.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질병에서 벗어나려 9∼10월 두 차례 ‘금리 인하’ 주사를 맞았지만 아무 차도 없이 약기운이 떨어져 버렸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1일 회의를 열고 주사를 또 한 방 놓을 태세다. 시장은 이미 추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주식가격 등에 반영시켜 놨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을 보면 0.25%포인트 인하 확률이 74%, 그리고 0.5%포인트 인하 확률은 26%로 각각 나타나고 있다. 현재 연 4.5%인 연방기금금리를 4.25%로 내리면 시장은 그저 밋밋하게 반응할 것이고, 4.0%로 화끈하게 내리면 환영 장세를 한 차례 더 펼칠 분위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벤 버냉키 FRB의장은 연내 추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최근 태도가 돌변했다. 미국 경제의 병상이 다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로 가다간 내년 경제성장률이 1% 선 아래로까지 미끄러져 침체 국면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부시 행정부도 특단의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서브프라임 금리를 5년간 동결하는 조치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주 직접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대형 은행들의 팔을 꺾어 금융권 부실채권을 거둬들일 ‘수퍼펀드’도 조성 중이다. 한국도 최근 10년에 걸쳐 금융위기를 호되게 겪었지만, 정부가 나서 금융회사 대출금리까지 동결한 일은 없었다. 시장원리를 강조해온 금융 선진국 미국이 반시장적 조치를 쏟아내는 것을 보면 ‘얼마나 다급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의 금융위기 경험을 되돌아보면 숨이 넘어가려 할 땐 분명 모르핀 주사가 필요하지만, 환부를 도려내는 외과적 수술도 과감히 병행해야 빨리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달콤한 주사의 유혹에만 계속 빠져들면 근본 치유의 시간은 자꾸 길어지게 마련이다. 1990년 이후 일본이 그랬다.

내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이 주저앉아도 중국이 있지 않느냐는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다. 미국은 그야말로 ‘수퍼 준치’다. 정부와 기업·가계 모두 내년 살림 설계에선 ‘위험 대비’를 단단히 해둬야 할 때다.

▶지난 주

7일 콜금리 동결=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연 5%로 유지키로 했다. 콜금리 동결은 9월부터 넉 달째다.

8일 中 지급준비율 1%포인트 인상=중국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의 지준율을 13.5%에서 14.5%로 올렸다. 올 들어 10번째다. 이 인상 폭은 종전(0.5%p)보다 두 배 높아 주가 등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25일부터 적용된다.
 
▶이번 주

10일 기업결합심사 기준 개정=공정거래위원회가 인수합병(M&A) 심사에서 활용하는 시장집중도 기준을 바꾼다. 지금까진 상위 한 개 또는 세 개사의 시장점유율을 합산하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론 특정시장 내 점유율을 고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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