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총기 탈취 사건 대선 위협 안 되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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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강화도 ‘해병대 병사 피습’ 사건은 정말 충격적이다. 범행 수법부터 끔찍하다. 범인은 초소 근무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병사 두 명을 뒤에서 차로 친 뒤 쓰러진 이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한 명을 숨지게 했다. 이렇게 잔혹한 범인이 소총과 다량의 실탄, 심지어 수류탄까지 빼앗아 달아나 2차 범행이 매우 우려된다.

무엇보다 대통령 후보들에게 위해가 가해지는 것을 막는 게 급선무다. 이번 대통령 선거만큼 후보들의 안위가 심각하게 거론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죽했으면 정치권에서 ‘후보 유고 시 선거를 연기하자’는 취지의 법까지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겠는가. 이런 마당에 대선을 코앞에 두고 총기 탈취 사건이 터졌으니 적당히 넘길 일이 결코 아니다. 범인이 검거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겠어’라며 대충대충 대처해선 안 된다. 이런 안이함이 테러를 불러온다.

당장 경찰경호팀은 이전과는 다른 각오를 하고 만반의 경호 태세를 갖춰야 한다. 저격수를 보유한 대테러 특수부대(SWAT) 2개 팀을 새로 투입한 것은 바람직했다. 후보들에 대한 밀착 경호와 자택 경호도 강화해야 한다. 각 후보 측도 정보 파악 등 나름의 경호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거리유세는 경찰과 긴밀한 협의하에 치러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후보들도 방탄조끼를 입어야 한다. 국민도 주위에 거동 이상자가 있다면 즉각 신고해야 한다.

 이런 종류의 강력 사건이 발생하면 늘 ‘초동수사에서 허점을 보였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군경은 신고를 접수한 지 30여 분이 지나서야 검문에 나섰다. 이러니 범인들이 5시간 동안 경기도 내 고속도로·국도를 누비며 도피 행각을 벌였으나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범인의 조속한 검거만이 이런 실책을 만회하는 길임을 명심하라. 특히 대공(對共) 용의점을 포함해 예상되는 2차 범행의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해야 한다. 선입관을 버리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