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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세계미술시장>경매의 성패 개인컬렉션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지난 수주일간의 세계미술시장은 몇가지 복합적인 사실을 시사해주었다.뉴욕에서 열린 인상파작가들의 작품과 현대미술품 경매에서는 많이 알려진 명품들이 이름값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반면 홍콩에서 열린 주요 경매는 여러 면에서 작년 이맘때 의 경매에 비해 훨씬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또 매우 드문 고가(高價)의자필원고(여기서는 다빈치의 『코덱스 해머』를 가리킴-역자註)따위를 내놓을 경우 그것이 틀림없는 것이기만 하다면 비록 시장형성이 제대로 안돼 있더라도 엄청난 성 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먼저 지난 8일과 9일 뉴욕에서 열린 인상파작가의 작품과 현대미술품 경매를 예로 들어보자.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경매가 성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열쇠가 명성있는 개인 컬렉션을 옵션에 끌어낼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그렇지않으면 한번도 시장에 내놓은 적이 없거나 적어도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작품이 선보여야 한다.이런 작품들은 「신선」하다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고 예상가도 비교적 낮게 매겨진다.
미술시장에서 이런 기준에 맞지 않는 작품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특히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 매겨진 채 최근 시장에 나온 적이 있는 작품들은 더욱 그렇다.대체로 미술품값이 1987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뉴욕경매는 소더비에서 46점,크리스티에서 57점만이 나오는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편이었다.한 전문가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던 개인 컬렉션 출품이 많았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번 경매는 크리스티쪽이 좀더 나았다.크리스티 의 인상주의및 현대미술부서 책임자인 낸시 화이트는『오랫동안 개인이 소유했던 뛰어난 컬렉션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주요 작품은 뉴욕의 예술 후원가 앨리스 털리에게서 나온 38점의 회화.조각들이다.이 컬렉션의 가격만도 5백40만달러(한화약43억원)에 이른다.예상가가 4백만~6백만달러로 잡혀있던 둥근 캔버스에 그린 클로드 모네의 작품 『백(白) 수련』은 3백30만달러(26억4천만원)에 팔렸다.경매에 오른 작품 가운데 23%가 유찰되고 예상가보다 19%정도가 덜 팔렸음에도 불구하고 털리 컬렉션은 크리스티가 3천7백50만달러의 실적을 올리는데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 것은 툴루즈 로트레크의 『타이츠를 입고 있는 무희(Danseuseajustant sonmaillot)』로 4백78만달러(38억원)였다.
소더비가 내놓은 작품들은 개인컬렉션에서 나온 것은 별로 없지만 모딜리아니의 『잔 에뷔테른의 초상』같은 명품이 포함돼 있었다.이 작품은 예상가 6백만달러에 근접한 5백94만달러(47억5천만원)에 낙찰됐다.이밖에 중요한 그림은 3백5 0만~4백50만달러의 예상가가 매겨졌던 후안 미로의 『밤의 여인(Femmedans la Nuit)』으로 3백만달러(24억원)가 조금 넘는 가격에 팔렸다.
호황기에 팔렸던 작품들이 다시 시장에 나와서 맥을 못춘 예로는 피카소의 소품 『원숭이를 안고 있는 어릿광대(Le Clownau Singe)』를 들 수 있다.이 작품은 1989년에는 뉴욕 소더비경매에서 2백42만달러에 낙찰됐으나 이 번에는 82만7천5백달러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37%가 유찰되고 예상매출액의 78%밖에 팔지 못해 모두 2천6백만달러가 거래되는데 그쳤다.인상주의 및 현대미술부서 이사 알렉산더 앱시스는 『개인소장품 없이는 어렵다』며 『하지만 좋은 작품에는 경쟁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번 94~95가을 시즌의 하이라이트는 크리스티가 뉴욕 경매에서 선보인 16세기 철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필원고 『코덱스 해머』였다.이 원고는 미국의 컴퓨터 천재 빌 게이츠에게 3천1백만달러(2백50억원)에 육박하는 고가에 팔렸 다.이것은역대 경매사상 열번째로 비싼 값이며 90년 이후로는 최고가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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