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신도 맞히기 힘들다지만 … 올 성장률 전망도 줄줄이 ‘헛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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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심상정(민주노동당) 의원은 “한은의 경제 전망이 너무 틀린다”고 질타했습니다. 한은은 2003년 경제성장률이 5.7%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실제론 3.1%에 그쳤다는 거지요. 전망치와 실적치가 매년 0.5~2.6%포인트의 오차를 보였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올해도 한은은 이런 질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4.4%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4.8%로 0.4%포인트의 오차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전망을 정확히 맞히지 못하는 건 물론 한은만이 아닙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와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4.3%로, LG경제연구원은 4%를 제시했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한은의 전망치가 더 정확했던 셈이죠.

성장률의 세부항목 전망도 틀리기 일쑤입니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상수지가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결과는 물론 딴판이었습니다. 10월까지 경상수지는 50억 달러의 흑자입니다. 물가상승률 전망도 대부분 빗나갔습니다.

한은 측은 이렇게 해명합니다. “원-달러 환율이 내렸는데도 수출이 크게 늘었다. 그 덕에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예상보다 민간의 소비 회복이 빨랐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도 맞히기 힘들다’는 경제 전망을 소수점까지 정확히 맞혀달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겠지요. 하지만 전망이 나온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되돌아보니 아쉬운 대목이 너무 많습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표면화된 것은 올 2월부터입니다. 그러다 8월에 부실이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폭발했지요. 그러나 국내 어느 곳도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경보음도 약했습니다.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정도가 고작입니다.

한은은 전날 이례적으로 내년 성장률을 민간연구소보다 0.3%포인트 정도 낮은 4.7%로 발표했습니다. 이번에도 한은이 틀리길 기원해 봅니다. 그래서 내년 성장률이 5%대 이상으로 쑥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하도 우리 경제가 답답하다 보니 엉뚱한 바람도 해봅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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