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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현장 누비는 ‘90세 현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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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자원봉사협의회와 행정자치부 공동 주최로 5일 경기도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 ‘2007 전국자원봉사자대회’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각당복지재단 김옥라(사진) 이사장. 1918년에 태어났으니 한 달 뒤면 만 90세가 된다. 하지만 겉모습은 50대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60여년 동안 걸스카우트·사회복지·자원봉사 운동을 해온 김 씨는 우리나라 사회공헌 분야의 ‘대모(代母)’로 불린다.

그는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재단 직원 4명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직행했다. 7~13일 일본 나고야(名古屋)시에서 열리는 제11차 세계자원봉사협의회(IAVE) 아시아태평양지역 자원봉사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건강하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여기저기 다니면서 세상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 열심히 하는 것 외에는…”
4일 오후 김씨는 서울 신문로 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 앞에 있는 자택 서재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기에 여념이 없었다.

“제가 직접 쓴 『한국 호스피스연구회 20년사』(총 2권·1100쪽 분량) 원고의 마지막 교정을 보고 있어요. 요즘엔 세계 각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써서 이메일로 보내느라고 무척 바쁘네요.”

실제 컴퓨터 옆에는 A4용지 1장 분량에 10포인트 정도의 깨알같은 영어로 쓴 카드가 잔뜩 놓여 있었다. 김 이사장은 30여년 전부터 써 온 영문 크리스마스 카드들을 모아 단행본으로 엮어낼 계획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원도 간성 출신인 김 이사장은 45년 일본 도시샤(同志社) 여자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귀국, 문교부(현 교육부)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46년부터 걸스카우트 활동, 70년부터는 여성 운동에 힘써왔다. 81년에는 5년 임기의 세계감리교여성연합회장에 당선돼 민간 외교관 역할도 해냈다.

국내에서 ‘자원봉사’란 단어조차 생소하던 86년 한국자원봉사능력개발연구회를 설립한 김 이사장은 지금까지 자원봉사 전문인력 2만여명을 배출했다. 이듬해에는 ‘무지개호스피스연구회’를 만들어 호스피스봉사자 9000여명을 길러냈다.

91년 4월에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를 설립, 우리사회에서 금기사항이던 죽음의 의미를 공론화함으로써 생명존중의 가치관을 확립하고 이타주의적 삶의 자세를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시상식장에서 그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전 국민의 25%수준인 자원봉사자 비율이 미국(80%)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호스피스 전용 건물을 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선 대전시자원봉사연합회 김재덕 회장이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 등 자원봉사 유공자 및 단체 대표 196명이 정부로부터 훈·포장과 표창을 받았다.

글<2009>=<2009>최준호 기자, 사진<2009>=<2009>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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