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죠] 안경쓰면 눈 나빠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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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쓰면 점점 눈이 더 나빠진다'는 생각을 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아이가 시력이 나빠 일상생활이 불편한데도 안경 착용시기를 늦추지요. 비단 어린이 뿐 아니라 40대 이후 중.노년 중에서도 '노안 안경은 한번 썼다 하면 점점 더 두꺼운 것을 껴야 한다'며 최대한 안경 착용을 늦추는 분이 많지요.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안경은 필요하다 싶을 때부터 곧 시력교정 렌즈를 착용해야 눈이 편하고 눈 건강에도 좋습니다.

그렇다면 왜 안경을 쓰면 눈이 점점 더 나빠진다고 생각할까요?

먼저 어린이에게 많은 근시는 안구의 길이가 길어져 물체의 상이 망막 앞에 맺히는 병입니다. 일반적으로 어릴 때부터 시작해 20세까지 시력이 점점 더 나빠진다고 봐야 합니다. 이게 바로 근시란 질병의 속성입니다.

따라서 성장기 어린이에게 근시가 있을 때 곧 안경을 착용시켜도 얼마간 지나면 안경 도수가 안 맞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거지요. '안경을 써서 눈이 나빠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린이 근시 환자들은 6개월마다 시력검사를 해서 필요하면 그때마다 적절한 오목렌즈로 교체해줘야 합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원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시는 근시와 반대로 눈의 앞뒤 길이가 짧아 상이 망막 뒤에 맺히는 병입니다. 어린이 원시 환자 역시 성장과 더불어 병이 점점 더 진행할 수 있으므로 6개월마다 시력검사를 통해 적절한 볼록렌즈로 교정해야 합니다.

난시는 각막이나 수정체에 굴절 이상이 생겨 상이 두 개 이상 맺히는 병입니다. 대개 근시나 원시 환자는 난시가 조금씩 동반되게 마련이죠.

따라서 난시는 근시나 원시 안경을 쓸 때마다 함께 검진하고 필요한 만큼 교정해 주면 됩니다. 통상 난시가 미미하게 있을 땐 교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난시의 객관적 수치보다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불편감이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본인이 불편하다 싶으면 사소한 난시라도 교정받는 게 좋습니다.

40대부터 나타나는 노안도 나이가 들수록 진행합니다. 단 어린이 근시.원시 환자보다 천천히 진행하므로 1년에 한 번 안과검진을 해 그때그때 적절한 안경 도수로 바꿔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황세희 의학전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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