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발표 … 대선 캠프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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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5일 '대선의 마지막 뇌관'으로 꼽히는 BBK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검찰 발표가 어떤 식으로 나든 이명박.이회창.정동영 후보 간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날 검찰이 김경준씨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이른바 '김경준 메모' 사건이 돌출하는 바람에 빅3 캠프 진영은 초긴장 속으로 빠져들었다.

<관계기사 4면>

김경준(41)씨와의 연관관계를 의심받았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검찰의 발표를 계기로 그간 의혹을 벗고 대세론을 강화할 기회로 삼겠다는 자세다. 반면 이회창 무소속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부적격성이 드러나 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회창.정동영 후보 측은 검찰이 '이명박 후보 무혐의'를 발표할 것을 대비해 검찰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 정국은 후보 진영끼리 대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임채진 검찰총장 최종 점검=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4일 "BBK 사건 수사 결과를 5일 오전 11시 브리핑하겠다"며 "별도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고 발표문을 낭독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 특수1부장)이 구성된 지 한 달 만이다. 검찰은 이날 김경준씨를 기소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에는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의혹에 대한 결론도 포함된다.

이 후보와 관련, ① BBK의 실소유 여부 ② 김경준씨의 주가조작 및 횡령 범죄 연루 여부 ③ ㈜다스의 실소유 여부 등 이른바 BBK 3대 의혹에 대해 대부분 무혐의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김씨 부인 이보라(37)씨가 김씨와 공범 혐의로 기소중지된 상태라고 밝힐 예정이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발표문 초안을 최종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리카 김, 강삼재에게 전화=이날 주간지인 '시사IN'이 홈페이지에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면 형량을 낮춰주겠다고 회유했다"는 내용의 김경준씨 자필 메모를 띄우는 일이 벌어졌다. 정치권의 긴장도는 최대치로 치솟았다.

이회창 후보와 정동영 후보은 "검찰이 이명박 봐주기 수사를 했다"며 5일 유세 중단을 전격 결정했다.

이회창 후보 측은 이날 밤 긴급 선대위 회의를 소집해 '김경준 메모'가 사실일 경우 범국민 저항운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내게 전화해 김씨의 메모가 사실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정 후보 측도 긴급 선대위 회의를 열고 수사팀 교체를 요구했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50여 명의 의원이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항의 방문했다. 정 후보 측은 또 검찰 수사 결과 발표 후 대규모 규탄대회도 열기로 했다.

검찰의 최재경 특별수사팀장은 "저열한 책동에 분노한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검찰의 명예를 훼손한 김경준씨에게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김홍일 차장검사는 "김씨도 오늘 메모 보도 뒤 조사에서 검찰의 협상 제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고정애.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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