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푼 옥살이 누명-집념의 訟事끝에 무죄.損賠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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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은행원의 주선으로 신용금고에 대출을 신청했다 돈을 횡령당한 고객이 오히려 무고 혐의로 몰려 구속됐다.
1백71일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보석으로 나와 3년여의 송사끝에야 누명을 벗고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냈다.우리사회의 법운용이 개인의 권리를 지켜주는데 충분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또한번 보인 것이다.
서울강남에서 조그만 의류 오퍼상을 하는 金모(46)씨가 평소알고 지내던 S은행 안양지점차장 安모씨의 주선으로 D상호신용금고에 사업자금 4천5백만원을 대출신청한 것은 91년3월.
당시 金씨는 安씨를 믿고 자신의 오피스텔을 담보로 해 필요한서류들을 넘겨줬다.
그러나 安씨는 대출금중 담보설정비용과 꺾기예금 6백만원을 제외한 3천5백만원을 金씨와 상의도 하지 않은채 자신의 친구인 權모씨에게 빌려주었다.뒤늦게 사실을 안 金씨는 같은해 12월초安씨와 D금고 부장인 朴모씨등 2명을 횡령 혐의 로 서울지검에고소했다.하지만 이들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서로 짜고 金씨가 사전에 대출금을 權씨에게 주도록 승낙했다는 허위진술을 했다.
金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헛수고였다.검찰이 이듬해인92년1월28일 金씨를 무고 혐의로 구속한 것이다.
1심 법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같은해 11월 서울형사지법은安씨.朴씨와 D금고의 또다른 직원 金모씨등 3명이 입을 맞춰 金씨가 사전에 대출금을 權씨에게 주도록 승낙을 했다고 허위진술했지만 이를 증거로 받아들여 金씨에게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金씨는 즉각 항소했고 올 2월 항소심에서는 安씨.朴씨등이 검찰과 1심법원에서 한 진술이 허위라며 金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검찰도 상고를 포기,무죄가 확정됐다.
金씨는 1심 선고전인 92년7월16일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이사건으로 구속된 92년1월28일부터 1백71일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것이다.
출소후 金씨는 검찰및 1심법원에서 허위진술을 한 安씨.朴씨등3명과 D금고에 대해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D금고에 대해선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각각 냈다.
이에 서울민사지법 합의16부(재판장 朴孝烈부장판사)는 8일『피고들의 허위진술로 원고가 구금돼 정신적 고통을 받고 개인의 명예가 실추된 만큼 마땅히 배상책임이 있다』면서『金씨가 10년동안 이 회사를 경영했고 연간 4백만달러이던 수출 주선실적에도상당한 타격을 입은 점등을 감안,피고들은 연대해 6천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D금고에 대해 金씨가 부동산 경매처분 통보에 못이겨 원리금중 여섯차례에 걸쳐 납부한 9백25만원을 돌려주라고판결했다.
〈孫庸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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