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닭고기 업체 부도 두고만 볼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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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닭고기 가공업계 3위 업체인 체리부로가 최근 부도를 냈다. 조류독감으로 인해 닭고기 소비가 급격히 줄어든 게 부도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면 업계 1, 2위 업체도 견디기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이미 많은 판매점이 문을 닫아 닭고기의 소비 기반이 붕괴할 우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조류독감이 가장 먼저 발생한 나라지만, 초기의 적절한 대응으로 인명 피해를 보지 않는 등 무난히 방역을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런데 닭.오리 소비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급격히 줄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가 방역에만 치중하다 소비 문제를 등한시한 탓이 크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닭.오리를 익혀 먹는 최종 소비자가 조류독감에 걸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정부가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널리 알리지 못했기 때문에 지난달 한 조사에서 닭.오리고기를 먹는 게 불안하다는 응답이 절반에 이르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먹거리에 대한 불안심리가 유난히 빨리 확산되는 우리 현실을 감안해 닭.오리 소비의 안전성을 초기부터 적극 알렸어야 했다. 위생에 관한 한 정평있는 주한미군이 국내산 닭고기 구매를 늘리고, 일본에서는 조류독감에도 불구하고 닭고기 소비가 여전한 점 등을 보면 정부의 홍보 미흡으로 인해 가금업계의 피해가 더 커졌다고 말할 수 있다.

뒤늦게나마 정부 주도로 닭.오리고기 소비 촉진 캠페인이 시작됐다. 이에 힘입어 닭고기의 소비 감소세가 주춤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먹거리에 대한 비합리적. 비과학적인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근본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해마다 6월이면 비브리오 패혈증 때문에 어민들이 울상이고, 광우병이나 구제역.돼지 콜레라 등 가축 전염병이 나돌 때마다 축산업계의 피해가 막심하다. 정부는 먹거리 산업의 생산.유통 과정에 대한 위생 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를 정확하게 알려 불필요한 소비 위축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