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투명화'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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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화두가 대기업들을 '지배'하고 있다. 최근 경영권 분쟁 사례가 이어지고,소액주주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업마다 눈앞에 다가온 주총의 대응책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SK㈜는 3월 주총을 앞두고 15일 "사외이사 후보 12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이사회에 외부에서 검증된 인사를 대거 참여시켜 사내 이사들을 견제케 하고,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SK 최태원 회장은 최근 "GE보다 더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이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제 재벌의 시대는 끝났고, 대기업도 지배구조를 개선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포스트-재벌'의 시대"라고 말했다.

SK㈜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소버린 자산운용 측도 지난달 독자적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했다. 소버린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향후 SK㈜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포스코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사 선임 때 주식 1주에 선임할 이사 숫자와 같은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선임할 때 주당 3개의 의결권이 주주에게 주어지고,주주들은 이를 특정 후보에 집중 투표할 수 있다. 그만큼 소액 주주들도 경영 참여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외국인 지분이 70%에 육박하면서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 중시 경영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삼성전자. 제일기획.대림산업.현대자동차 등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다른 기업들도 기업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지분 확보전쟁을 벌이고 있는 KCC와 현대그룹도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소액주주 모임으로부터 "양측 모두 주가 부양 대책, 지배구조 개선 계획 등을 밝히라"는 공개질의서를 받았다.

현대중공업.한국프랜지 등 범(凡)현대가는 최근 중립적인 인사 3명을 신임 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 제안을 내놓았다.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기업을 경영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을 일컫는 말이다.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주주.경영진.근로자 등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 규율하는 체제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우수한 기업지배구조가 기업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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