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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야구 ‘거포 삼국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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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경기에서 한국이 일본을 3-2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이승엽(요미우리)의 역전 투런홈런 덕분이었다. 대만·일본과의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예선전도 그때처럼 피 말리는 한 점 싸움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럴수록 실투를 놓치지 않는 거포들의 ‘한 방’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대호(25·롯데·上)와 일본의 무라타 슈이치(27·요코하마·左), 대만의 천진펑(30·라뉴·右)이 상대 팀의 경계 1호다.

 이대호는 대만에 입성하자마자 일본·대만 양국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일본팀 포수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는 “이대호는 듣던 대로 대단한 선수”라며 “볼 코스가 조금만 빗나가도 완벽하게 쳐낸다”고 감탄했다. 일본팀은 주자가 있을 때 이대호를 만나면 무조건 피하고 고의 볼넷도 불사할 작정이다. 대만 일간지 빈과일보도 28일 대회 특집기사에서 “이대호의 방망이가 가장 뜨겁다”며 그를 주목했다.

이날 대만 타이중 구장에서 한국팀의 첫 야간훈련에 나선 이대호는 “칭찬해줘 고맙다”며 “절대 쉬운 공을 안 줄 것인 만큼 상대 실투를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홈런왕(36개) 무라타는 이날 일본팀 훈련에서 한국 언론에 모습을 비쳤다. 배팅케이지에 들어선 무라타는 간결한 레벨스윙으로 펜스까지 직선으로 뻗어가는 타구를 양산했다. 프로 5년차인 무라타는 키가 1m77㎝에 불과하지만 날카로운 스윙으로 타격에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0홈런, 100타점을 넘기며 팀 중심타자로 자리 잡았다. 다만 득점권 타율이 0.268로 타율(0.287)보다 낮아 투수가 집중력을 가지고 상대하면 실마리를 잘 풀지 못하는 약점을 보였다.

 22, 24일 치른 호주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무라타는 6번에 배치됐다. 상대 투수가 한숨을 돌릴 타이밍에 무라타의 한 방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천진펑은 대만 타격의 정점이다. 미국 LA 다저스 출신인 그가 대만에서 두 번째 시즌을 치른 올해 성적은 눈부셨다. 8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2로 타격왕을 차지했고 26홈런(2위)·66타점(5위)을 기록해 정교함과 장타력을 겸비했다. 출루율 0.491, 장타율 0.704로 OPS(출루율+장타율)가 무려 1.195다.

 한국 팬들에게도 천진펑은 강하게 각인돼 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과 2006년 WBC에서 박찬호가 유일하게 홈런을 맞은 선수가 천진펑이었고, 지난해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선 삼성을 무너뜨린 선봉장도 그였다. 이달 치러진 야구월드컵에서도 타율 0.314, 2홈런, 8타점으로 4번 타자 역할을 다했다. 

타이중=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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