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감정 끝났다" BBK 윤곽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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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검찰 관계자는 27일 "(BBK사건 수사에서) 아직 조사가 미흡한 부분도 더러 있지만 어느 정도 사실 관계의 윤곽은 드러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 특수1부장)은 이달 말까지 큰 줄기의 수사는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BBK 지분 차명 보유 여부에 대해 잠정 결론을 낸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문서감정반에 의뢰한 계약서 검증도 상당 부분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팀이 감정 결과를 전달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반은 김경준씨 측이 제출한 계약서의 서명.날인이 진짜 이 후보의 것인지와 계약서의 변조 여부를 조사해 왔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이날 'BBK 의혹' 수사와 관련해 "영문으로 된 문건이 많아 정확한 번역과 내용 분석을 위해 영어 실력이 탁월한 검사 두 명을 보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사팀 소속 검사는 11명으로 늘었다. 검찰이 영문으로 된 문건을 분석하는 것도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이 문건들은 대부분 김경준(41)씨가 미국 법원에서 ㈜다스를 상대로 벌였던 민사소송의 자료다. 수사팀은 지금까지의 수사에서 파악한 BBK를 포함한 김씨 관련 회사의 자금 흐름과 운영 과정을 영문 자료에 나타난 내용과 대조하며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들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일 차장검사는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43)이 방송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BBK 지분을 가지고 있었음을 입증할 자료를 추가로 제시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자료를 내면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 의원은 "이 후보와 A M 파파스의 '주식양도계약서'에 들어 있는 A M 파파스의 서명이 영문 서류와 한글 서류에 각각 다르게 돼 있다"며 "A M 파파스는 가공의 인물임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어 "서명 당사자인 이 후보가 이를 모를 리 없으며, 이것이 바로 이 후보와 김씨가 사건을 공모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A M 파파스의 서명이 다르다는 것 자체가 김씨가 서류들을 조작했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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