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돌리' 버금가는 배아줄기세포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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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 등 국내 과학자들이 사상 최초로 인간 난자를 이용해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환자에게 필요한 세포를 시험관에서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는 꿈의 치료기술이 우리 손으로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먼저 선진국 연구기관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 같은 개가를 올린 연구진에 축하를 보낸다.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도 연중 무휴 매일 14시간씩 실험에 몰두한 이들의 노고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전세계 유수 언론이 이번 연구 업적을 대서특필했다. 전문가들은 복제양 돌리에 버금가는 생물학적 대사건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업적이 일과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생명공학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지속적 지원이 필요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생명공학은 현재 선진국간 가장 기술 격차가 작은 분야인 동시에 끈기와 섬세함 등 한국인의 특성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인류 보건에 기여한다는 숭고한 사명은 물론 무한한 의료시장의 창출로 장래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국부의 원천이기도 하다.

책임 연구자로 이번 연구를 이끈 황우석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5억5천만원의 정부연구비가 할당됐으며 이는 재료대를 구입하는 정도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인건비 등 나머지 절반의 연구비는 한 민간 독지가의 후원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모두들 이공계 위기를 말한다.

그러나 생명공학을 비롯한 이공계 살리기는 입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창의적 연구업적을 내놓은 전문가들에게 충분한 동기가 부여되도록 연구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연구비 분배 역시 고질적 병폐인 나눠먹기 식보다 능력과 업적 위주로 엄정하게 집행돼야 할 것이다.

이번 성공 뒤에 가려진 부분은 생명에 대한 윤리의 문제다. 이번 난자 배양이 생명공학적으로는 개가였지만 생명윤리 면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진지한 토론이 별도로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생명공학의 성공이 생명윤리에 배치되지 않는 차원에서 발전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