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南北경협에 앞서-민간.정부 역할분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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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北-美회담이 드디어 타결되었다.회담결과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받게 될 우리는 회담타결 이후의 바람직한 남북관계 정립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예상됐던 바와 같이 북한은 핵카드를 활용해 체제유지와 경제적이득을 최대한 추구했다.남한은 북한의 과거 핵의혹을 완전히 밝히지 못한채 북한에 경수로와 대체에너지를 제공해야 하는 경제적부담을 안게 되었다.
그렇다고 회담 결과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회담타결이 가져다주는 남북한교류협력 확대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회담타결 이후 한반도의 번영과 평화의 관건이 될 것이며 손익을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간의 교류를 무조건 확대하는 것만이 결코 능사는아니다.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경제적 통합과 통일을 효과적으로달성함으로써 민족의 번영과 평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상호 이익이 가능한 분야에서부터 협력이 추구돼야하며,또 단순한 물자의 공여만이 아니고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관계를 형성하며 장기적으로는 남북간에 통합된 경제질서를 창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껏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북한과 협력.신뢰의 관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그러기에 무조건적인 경협과원조의 확대보다는 확고한 전략과 원칙의 확립이 무엇보다 더 필요하다. 남북간의 교류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민간부문과 정부부문의 뚜렷한 역할분담이다.민간부분에서의 상호 교류는 상호이득이 존재할 때만 가능하다.따라서 민간의 교류와 협력을 정부가 지원하거나 혹은 억제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민간 스스 로 판단하게 하는 것이 남한과 북한에 모두 유리하다.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제3국을 통한 북한과의 간접적 교류가 지속돼 위탁가공무역이 크게 확대돼온 것은 민간 스스로에 의한 교류의 급속한 확대 가능성을 말해 준다.
민간 부문의 교류와 협력을 정부가 지원할 경우 그 규모는 더욱 증대될 것이다.그래서 북한의 정치경제적 불안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손실은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거나 북한과의 협력에 특별한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은 남한기업들로 하여금 정부의 보상에 의존케하는 도덕적 해이와 과당경쟁을 불러일으키고 북한으로 하여금 지금껏 보여온 對남한관계에서의 자의적 행위를 계속케 할 우려가있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제관계 확대에 장애요 인이 된다.
그러므로 민간 교류와 협력에 관한한 정부는 북한 정부와 거래상의 신용과 계약관계,즉 기본적 거래질서를 제도적으로 확립하거나 사회간접자본 면에서 교역을 위한 환경개선에 노력하면 된다.
바로 그것이 북한의 제도적 개혁을 유도하고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될것이다.
남북경협에서 정부의 역할은 더욱 확고한 원칙과 전략을 필요로한다. 남북경협에서 정부의 역할은 정치적 고려에 의한 공공투자다. 엄밀히 말해 남북관계에서 정경분리란 있을수 없다. 경제협력 그자체가 하나의 정치적 결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대북한 투자는 철저히 한반도의 통일과 번영이라는 정치적 목적에부합돼야 한다.
남북한이 경제적 통합을 촉진하는 교통통신망 구축이나 북한경제의 개방과 개혁을 지원하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또 정부의 공공투자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내는 지렛대로 활용돼야 한다.
그것이 남한 주민이 부담해야할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북한은 이미 생존이 개방을 통한 국제교류의 확대에 달려있음을인식하고 있다.
北美회담의 타결은 북한에 그 개방으로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고, 또 세계 여러국가가 북한으로의 진출을 꾀할수 있게 해주었다. 이러한 중요한 변화의 순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남한이 한반도 역사의 주인이 되는길은 주어진 현실을 적극적으로 지혜롭게 활용하는 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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