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개각여부 심각한 저울질-성수대교 문책 어디까지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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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예기치 않았던 성수대교 붕괴참사로 이원종(李元鐘)서울시장이 전격 경질된데 이어 이영덕(李榮德)국무총리가 사표를 제출하면서총리경질과 전면개각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민심수습차원의 대폭개각이냐 정치일정과 정국운영을 감안한 사표반려냐 하는 문제는 이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결단만 남겨두고 있다.
金대통령은 21일 오후 제출한 李총리의 사표를 즉각 반려하거나 수리하지 않아 엇갈리는 추측을 낳고있다.李총리를 경질할 뜻을 굳힌채 인선의 시간을 벌기위해 보류한 것인지 李총리의 사퇴의지가 강해 설득할 여유가 필요한 것인지 분명치 않다.고뇌하는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여론의 추이를 좀더 지켜보겠다는 생각인지 알수 없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청와대는 크게 세가지 관측으로 나뉘어 있다. 청와대의 분위기는 일단『李시장의 경질로 문책은 끝났으며 李총리의 사표는 금명간 반려될 것』이란 입장으로 압축된다.李총리를 바꿀 경우 전면개각으로 이어지는데 金대통령의 정국구상 일정에도 맞지않고 국회의 대정부질문과 상임위회의.예산심 사등의 일정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다음주에는 리펑(李鵬)중국총리와 스페인총리의 방한(訪韓)이,11월중순에는 亞太.경제협력(APEC)정상회의등이 예정돼 있고 클린턴 美대통령 특사인 페리국방장관이 21일 한국을 떠났는데 외교안보팀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
또 이번 개각은 金대통령 집권2기 개각인 셈인데 시간상 너무촉박하다는 논리도 덧붙여졌다.金대통령이나 청와대의 기본입장은『지금 전면개각은 하고싶지 않다』는 것으로 압축된다.정기국회가 끝나거나 끝날무렵인 11월말부터 연말사이에 당정 개편을 하는 것이 일정상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국무총리를 경질하고 다른 각료는 유임시키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총리 교체로 내각의 전면개편 효과를 내면서 개각은 늦추는방안이다.
이는 총리가 국정의 지휘계통상 서울시를 감독하는 것이므로 서울시장과 함께 총리를 바꿔 민심수습과 정치적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논리다.金대통령 측근출신 한 의원과 黨쪽의 문정수(文正秀)사무총장도『과거엔개각이 있을 경우 내각 의 일괄 사표제출이 있었지만 이번엔 총리 혼자 사표를 낸 의미를 새겨보라』고 총리만 경질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구여권(舊與圈)이나 민주계 일부에서 제기하는 전면개각설도 만만치 않다.金대통령이 사표를 즉각 반려하지 않은 것은 민심의 동향을 좀더 살피겠다는 의미라는 얘기다.여론의 추이에 따라 전면개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다.
어쨌든 金대통령이 李총리의 사표를 수리하든 반려하든 분명한 것은 시기는 미확정이지만 개각의 폭은 아무래도 대폭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당이나 청와대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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