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선 한복판에서 통과된 특검법 문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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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성진 법무부 장관은 어제 삼성 특검법에 대해 재판이 끝났거나 진행 중인 사건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및 비례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또 김용철 변호사 등 삼성 비자금 의혹 폭로자와 삼성 등 수사 대상자를 불합리하게 차별 대우해 헌법상 차별 금지 원칙을 어겼다고 밝혔다.

특검제는 특정 사건을 차별적으로 조사하는 제도다. 따라서 매우 신중하고, 예외적이며, 보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과거 특검을 받은 대부분 사건은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판단 아래 이뤄졌다. 이번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은 아직 폭로 수준이다.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밝혀진 것도 아니다. 이제 겨우 검찰이 대규모 감찰본부를 구성하고 있는 단계다. 이런 마당에 검찰을 제치고 특검법을 만든 것은 절차로도 합당치 않다. 검찰이나 사법 절차를 부정하는 것이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검찰이 먼저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대선의 한가운데에서 통과된 이 법은 대선의 부산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정치적 소용돌이가 끝난 대선 이후에 다시 논의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마구잡이 특검에 의해 타격을 입을 국가 이미지와 신인도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검찰이 먼저 수사하고,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거나 수사 결과가 미흡하다면, 그때 특검제를 도입하는 것이 옳다. 대선 한복판에서 만든 특검법은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