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안 주민투표, 결과 시비 없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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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 유치 찬반을 묻는 부안 주민투표가 내일 실시된다. 유치에 찬성하는 단체와 부안군수가 낸 주민투표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이 지역을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던 부안사태는 중요한 분수령을 맞게 됐다.

현 시점에서 주민투표는 기피시설 유치에 대한 주민들의 집단적 의사를 확인하는 최초의 절차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외부에서 제아무리 안전하다고 설득하고 경제적 보상을 약속하더라도 당사자들이 싫다면 그뿐인 것이다. 투표 결과 주민들의 의사가 반대 쪽으로 나온다면 이 지역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버려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미 부안군 외의 지자체로부터 5월 말까지 주민유치 청원을 받는 절차에 들어갔으므로 꼭 부안군에 매달려야 할 필요성도 없어졌다.

물론 이번에 치러지는 주민투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지난달에 국회를 통과한 주민투표법은 7월 30일 이후 발효되므로 이번 투표는 법적인 효력이 없는 사적 투표에 불과하다. 또 유치에 반대하는 대책위와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있어 반대하는 쪽 주민들만 참여하는 반쪽 투표가 될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유치를 찬성하는 쪽에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주민투표가 실질적으로 전체 주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찬.반 양측이 모두 참여해 주민을 상대로 각자의 논리를 홍보하고 투표가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해야 한다. 주민들도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어느 한쪽의 행사가 되지 않도록 참여율도 높이고, 절차도 공정해야 한다.

이번 일은 돌이킬 수 없게 됐지만 국가 전체의 중장기적 계획의 일환인 국책사업이 주민투표로 결정된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정부의 정책추진 능력은 실추될 것이다. 정부는 심기일전해 국책사업 추진 초기단계부터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를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