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관전평 강태정 전 태평양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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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전체적으로 태평양이 경기를 주도해갔으나 공격의 마무리가 정교하지 못했다.
특히 1차전 최대의 승부처인 8회 1사만루 상황에서 LG 구원 김용수(金龍洙)의 구위가 그다지 위력적이 아니었음에도 성급하게 밀어붙이다 병살타를 당하고 말았다.특히 LG 내야진이 스퀴즈에 대한 수비가 전혀 돼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 한다면 강공작전은 재고했어야 한다.
4회에도 무사에 김경기(金敬起)가 안타를 치고 나갔는데도 무리한 강공이 실패하는 바람에 우세하던 경기의 흐름을 스스로 끊어 버렸다.
물론 1루주자 김경기가 발이 느리고 타자인 김동기(金東基)도번트에 능한 타자가 아니어서 감독의 작전구사가 어려운 점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기전임을 감안,충분한 번트훈련이 돼있어야 했고 또 무조건 번트를 했어야 옳았다고 본다.
어차피 1점승부에서 강공을 통한 대량득점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포스트시즌 내내 번트의 중요성이 강조됐음에도 불구,벤치의 고집이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게 만든것이다.
태평양 선발 김홍집(金弘集)은 끝내기 홈런을 맞기는 했지만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LG타선을 철저히 연구한 것처럼 보인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LG 이상훈(李尙勳)보다 구위에서 떨어지지만 정교한 제구력으로 맞혀잡아 LG타선을 요리했다.특히 구속이 느린 점을 감안,투구간격을 빠르게 해 타자들의 리듬을 빼앗았다. LG는 어렵게 이겼지만 팀의 특징이자 장점인 신구(新舊)의 조화에 실패했고 기동력 동원도 제대로 안돼 태평양에 끌려다니는 야구만 했다.
8회 위기에서 김용수를 투입한 것은 상대가 끌어치는 타자인 김동기임을 감안한 벤치의 선택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적중했다.김용수는 위력적인 투구는 아니었으나 2-3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로 병살타를 유도,절대위기를 넘기는 노 련미를 보였다. 태평양은 경기에서 지기는 했지만 김홍집의 호투로 투수력을아낄 수 있어서 희망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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