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북경협 위탁가공무역 방식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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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북-미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가닥이 잡힘에 따라 그동안 중단됐던 남북경협이 이제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그간 남한 물자의 대북한 반출이 저조했던 것은 북한이 체제유지에 미칠 위협 때문에 남한산 물자의 반입을 꺼리는데다 북한이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곡물.원유나 가격이 낮은 제품은 남한의주력 수출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북 교역규모는 남한 무역총액의 0.1%에 불과하지만북한은 무역총액의 7.5%에 이르러 북한의 교역상대국 순위로 남한이 중국.일본.러시아에 이어 4위여서 북한은 남한에 대한 교역의존도가 더 이상 높아지는 것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북한의 물자공급능력이 확대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교역확대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위탁가공 분야는 초기 對북한 경협방식으로적절할 뿐만 아니라 정체된 남북교역을 활성화하는데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위탁가공은 향후 남북한간의 가장 유망한 경협방식으로 판단된다.왜냐하면 우리 기업의 입장에선 유휴설비를 이전한다든가 북한공장의 기존 설비를 개체해 주는 정도의 적은 투자부담으로도 경협을 할 수 있으며 북한의 입장에서도 기존 설비와 유휴 노동력을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탁가공이 활성화되면 원산지 표시 문제가 없는 남한의 원.부자재 반출과 완제품 반입이 증가하는 등 남북교역도 늘어나는 이점이 있다.
이런 남북한 위탁가공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첫째,남한기술자의 방북과 장기현지체류가 가능해야 한다.
섬유제품의 경우 최신 디자인 등 우리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기술자가 현지를 방문해 기술지도 등을 통해 품질을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남북협력기업간 직접 통신이 이뤄져야 한다.
지구가 1일생활권이 될 정도로 통신수단이 발달한 현재 남북간직접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주문,원.부자재 제공,품질하자 통보 등의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다.
셋째,수송비절감의 이점을 실현하기 위해 직수송로를 확보해야 한다. 직수송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수송비 이점 때문에 북한은 중국을 포함한 어떤 지역보다도 매력적인 투자대상지역이다.
그러나 현재는 대부분 홍콩을 경유한 간접수송로에 의존하고 있고 직수송로의 경우도 물량이 적어 부정기적으로 취항하고 있기 때문에 수송비부담이 너무 커 지리적 이점이 전혀 없다.
넷째,설비제공을 위한 연불(延拂)수출금융 등의 지원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우리측의 설비제공은 일거에 이뤄지는 반면 원리금상환은 제품형태로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을 완화시킬 수있는 연불수출금융.수출보험 등의 금융지원수단이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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