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합의 이렇게 본다-전문가의견 찬성 李昊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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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반도의 냉전 50년사는 남북한과 北-美간의 대결이라는 2개갈등축이 중심내용이다.이번 북-미간 제네바 회담의 성공은 한반도 갈등과 대결구조의 한 축을 무너뜨린 셈이라 한반도에 新시대가 요구하는 남북한 평화공존시대를 여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어쩌면 북한核을 둘러싸고 한국.북한.미국 3국간에 일어난 갈등은 미국과 북한이 반세기에 걸친 해묵은 불신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관계를 정상화 하는데 필요한 쌍방의 어려운 테스트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미국이「완전한 핵투명성」보장에서 좀 후퇴하면서경수로지원과 북.미수교를 허용한 것이나,김정일(金正日)이 김일성(金日成)사망으로 불안한 정치상황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기 위해「특별사찰」에 양보하고 미국과의 수교를 결심한 것을 높이 평가할만 하다.
한국.북한.미국이 북한핵을 둘러싼 협상을 무력분쟁 같은 파국으로 몰고 가지 않고 평화적으로 모두의 이익에 맞도록 해결한 것을 환영한다.회담 결과를 쌍방의「멋진 승부」로 보자.
정부가 북한핵의 대응책 수립과 집행에서 갈팡질팡하며 혼선을 빚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래 국가간의 협상에서는 협상당사국들이 목적을 최대로관철하기 위해 좀 과대하게 포장해 큰소리로 팔려고 한다.그런 협상관행에서 보면 한국정부가 계속 천명하던「先특별사찰,後경제협력」원칙은 협상에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협상카 드」였다고도 볼수 있다.결과적으로「특별사찰」원칙이 그 실천시기가 좀 불만스러우나 관철됐다.
그리고 한국측이 회담 뒷전에 밀려나 있었다고 야단들이다.허나「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국내의 강경한 분위기중에 한승주(韓昇洲)외무장관이 역대 외무장관의 비행시간 기록을 깨며 미국.유엔.
중국등을 날아다니면서 오늘의 결과를 낳게 한 외교 적 역할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잘못했으면 핵문제로 한반도문제가 파국으로 갈 위험도 있었다.그러한 불행한 결과에 비교하면 오늘의협상결과는 분명히 성공이다.
한국의 일부 여론과 수구보수세력들은 지금도「완전한 핵투명성」과 「특별사찰」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외치고 있다.그러나 본질적으로 따져보면 특별사찰을 통해 완전한 핵투명성이 보장됐다해도 만약 남북관계가 악화돼 안보상 위협을 느껴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북한은 언제고 국제 암시장에서 플루토늄을 구입할수 있다.얼마든지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피해 핵개발을 비밀리에 진행시킬수 있다.따라서「특별사찰」이 문제가 아니다.
근본해결책은 남북한이 지금의 적대관계를 빨리 청산하고 협력과신뢰관계로 변화.발전시키는데 있다.
북-미간의 국교수립문제도 마찬가지다.양국이 이번에 합의했어도만약 북한이 장차 북한핵의 동결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미국과 북한관계는 연락사무소를 개설한 수준에서 동결되거나 더욱 악화돼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다.그러나 북한이 지난 반세 기동안 최대 적국으로 비난.공격하던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결정한 것은 국제사회에 등장하는 길외에는 살수 없다고 판단하고 나온 개방화의 용단이다.속임수일수 없다.우리 한민족 전체를 위해 정말 다행이다. 이제 우리측의 용기와 결단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남북회담의 주도권도 우리에게 있다.이번 북-미회담의 합의로 남북협상을불안시 하던 미국의 개입도 일단 건설적으로 해결됐다.그리고 한국정부가 북-미 제네바회담의 합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對북한정책에서 야당과 여당의 이견(異見)을 현격히 줄여 한목소리가 된것을 실제로 뜻한다.다시말해 이번 회담의 결과로 우리정부와 야당은 초당적 對북한정책을 수립할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본다.그동안 북핵문제로 목소리를 높였던 소 위 강경파들도 오늘의 협상결과를 유도하는데 역시 일익을 담당했다고 긍정적으로 보자.
여당과 야당,그리고 온건파와 강경파 모두가 합심해 다시 전체한민족의 이익과 장래를 생각해 지난92년「남북한 기본합의서」를채택할때 처럼「한목소리」를 갖고 남북협상을 적극적으로 개척하자.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새로운 남북간의 협력시대를 여는데 어느 정도의 모험은 각오해야 한다.진정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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