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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때문인가 … 국내 아열대 병 환자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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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말라리아.쓰쓰가무시병과 같은 아열대성 전염병 질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주대 장재연 교수는 21일 "일반 전염병은 감소 추세이지만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전염병은 대체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전염병이 증가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말라리아 환자는 1990년만 해도 6명에 불과했으나 2005년 1369명, 2006년 2051명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아열대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전염병인 쓰쓰가무시병도 91~2000년 529명에서 2001년 2638명, 2006년 6480명 등으로 늘어났다. 서울.대구.인천.광주에서 91~2003년 사이에 여름철 무더위 때문에 늘어난 사망자가 2127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해외 여행이 증가하면서 동남아 지역에서만 발병하던 뎅기열 환자도 2001년 6명에서 2004년 16명, 지난해 35명으로 늘고 있다. 장 교수는 국내외 환경보건 전문가와 함께 지구 온난화로 인한 건강피해에 관한 논문을 22일 연세대 새천년홀에서 열리는 '아시아 기후변화와 건강 심포지엄'에서 발표한다. 심포지엄은 환경부.영국대사관.환경보건포럼이 공동 주최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연간 7만7000여 명이 말라리아와 물이 부족해지면서 생기는 수인성 질환으로 숨지고 있다"며 "이는 전 세계 기후 변화와 관련된 추가 사망자 15만 명의 절반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에서 함께 논문을 발표하는 영국 리버풀 열대의과대학의 팀 오뎀시 박사도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 해수면 상승 같은 기후 변화와 무계획적인 개발이 동식물 서식지를 변화시키고 이로 인해 전염병이 증가한다"며 "조기경보 시스템 도입과 재해 대비책 마련, 질병 역학조사 실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열대성 전염병=콜레라나 말라리아처럼 기온이 높고 습도가 높은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전염병을 말한다. 수인성 전염병인 콜레라의 경우 태풍.쓰나미 같은 자연재해 이후 위생 상태가 나빠지거나 깨끗한 물을 구하지 못할 때 많이 발생한다. 말라리아는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데 매년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3억~5억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100만 명 이상이 말라리아로 희생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뎅기열은 아시아.남태평양 지역과 아프리카 열대지방에 걸쳐 널리 발생한다. 쓰쓰가무시병은 집쥐.들쥐에 붙어 사는 진드기 애벌레가 병원균을 옮긴다. 감염되면 1~2주의 잠복기를 거쳐서 고열과 오한.두통.피부 발진이 나타난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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