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회담결과 총대메기-민자당 당론 선회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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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미핵협상 타결이 임박한 가운데 민자당은 내심 난처해하고 있다.그동안의 「先투명성보장 後경수로(輕水爐)지원」이라던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국민설득을 위한 총대를 黨에 메어 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16일 김종필(金鍾泌)대표 집에서 열린 고위당정(黨政)회의를 계기로 일단 수용론으로 당론을 모으고 국민설득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박범진(朴範珍.서울양천갑)대변인은 『다소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으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당정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민자당은 이영덕(李榮德)국무총리의 새해예산안 시정연설과 당대표연설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이번 협상의 불가피성과 성과를 알린다는 것이다.
민자당은 3중고(3重苦)에 빠져 있다.우선 국민설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왜냐하면 한승주(韓昇洲)외무장관 등 정부관계자들이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선투명성보장」을 외쳐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협상결과 「특별사찰 2~3년 연기」라는 양보쪽으로 사실상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정부는 이번의 핵협상 결과 북한의 핵개발 가능성이 봉쇄됐고 전쟁위협이 제거됐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참석자들은 국민이 이를 믿어 주겠느냐며 문제점을지적했다.북한이 이미 확보한 플루토늄은 어떻게 되며,앞으로도 몰래 핵개발을 계속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관계자들은 미국의 우수한 정보능력에다 북한에 연락사무소가 들어가고 경수로 지원을 위한 인력이 왕래를 계속할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쉽사리 딴 짓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다 남북대화가 어떤 형태로든 재개될 수 있다는 점을 설득의 주요 소재로 삼을 작정이다.
다음으로 민자당의 고민은 당직자들 스스로도 여전히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이세기(李世基.서울 성동갑)정책위의장등은 당정회의에서 『결론이 난 마당에 이제는 국민설득이 중요하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이 이리저리 양보 해서 북한에 핵카드를여전히 남겨 준 것은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민자당은 당내의 보수파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외무통일위 소속 박정수(朴定洙.김천-금릉).안무혁(安武赫.전국구)의원 등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자세를 계속 비판해 왔다. 16일 이례적으로 金대표의 집에서 고위당정회의를 연 것도 이러한 고민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우선 당직자간의 내부단속부터 하고 이어 이번주에 있을 당무회의 등을 통해 당내 단합을 꾀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金基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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