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시 孝를 생각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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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들어 인간성 회복을 외치는 교회와 사회단체들의 목소리가부쩍 높아졌다.도덕적 위기상황을 구하려는 종교 모임이 잦아지고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고 효(孝)를 범(汎)사회운동으로 전개하자는 구체적 방안도 추진중이다.그전같으면 건 성으로 넘겼을 흔한 사회정화운동이 이젠 심금을 울리며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로 확산되고 있다.
지존파 살인범들의 반인륜적(反人倫的)행위를 목격했고 그에 잇따라 온보현(溫保鉉)살인사건으로 더욱 충격받았기 때문이다.유흥비 조달을 위해 부모를 죽인 패륜아(悖倫兒)가 사형을 구형받았고,증언에 앙심 품고 보복 살인을 무차별로 일삼는 살인범이 아직도 잡히지 않은채 도심 어디선가에서 애꿎은 사람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더 이상 끝갈데 없는 반인륜적 부도덕 풍토가 이 사회에 가득해졌다.무엇으로 어떻게 이 사회의 공동선을 다시 회복할 것이며 민주사회를 이끌어 갈 공동 체적(共同體的) 질서와 인간성을 회복할 것인가.
가정이 사회의 출발이고 최소의 사회단위라는 점을 생각하면 모든 도덕성 문제는 역시 가정에서 출발한다.가정을 이루는 가족간의 우애와 사랑이 효의 기본이고 사회라는 공동체를 묶어주는 기본정신이다.그런데도 핵가족이라는 시대 추세와 함께 효는 실종돼버렸다.이미 사라져간 효를 어떻게 가정의 새로운 도덕 규범으로옮겨올 수 있을 것인가.효도법과 효도세를 신설해 법제화.강제화하자는 구체적 움직임도 있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효의 기본 개념을 생활화하는 실천적 분위기가 우선 급하다고 본다.
효의 기본 개념은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하나는 부모에 대해 공경하는 마음이고,또 하나는 늙은 부모의 봉양 책임이다.부모에 대한 존경은 억지로 이뤄질 수 없다.부모 자신이 자식들 앞에서 모범적 효의 실천을 하지 않고서는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지는 않을 것이다.요즘 아이들은 어쩔 수 없다는 부모들의 한탄은 세태탓만이 아니다.우리 자신들이 우리의 부모를 잘 공경하지않았고 잘 봉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받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의 소치라고 반성해야 마땅하다.내가 베 푼만큼 자식들로부터 거둬들인다는 생각으로 거두기 전에 우리 스스로 베푸는 자세를 취해야한다. 자식을 줄줄이 두고도 노모를 봉양할 수 없게된 늙은 아비가 끝내 노모의 목을 조르고 자신도 자살의 길을 택해야 할만큼 우리의 노후(老後)생활문제는 시급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아직도 국가가 이 문제를 모두 떠맡기엔 너무나 벅찬 과제 다.이또한 일단은 가정안에서,가족 구성원들간의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 효의 실천이 자녀의 효를 기대하는데 있지 않고 부모가 앞장서 실천하는데 있다고 보면 부모에 대한 봉양도 자신의 실천을 통해 먼저 시작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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