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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대세론 흔들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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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사진)은 오랫동안 '대세론'을 즐겼다. 당 대선 주자들 가운데 항상 압도적인 차이로 전국 여론조사 수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공불락인 것처럼 보이던 '힐러리 대세론'이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ABC방송이 19일 발표한 아이오와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힐러리는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선두자리를 내줬다. 조사에서 오바마는 30%, 힐러리는 26%의 지지를 받았다. 내년 1월 3일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선두에 오른 건 처음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힐러리 측은 "오차 범위 내의 격차에 불과하다"고 강조하지만 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의 흐름은 심상찮다.

힐러리는 그동안 '국정운영 경험'을 자산으로 내세웠다. 초선인 오바마의 경우 '경험 부족'이 약점이라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응답자의 55%가 투표의 최우선 기준으로 '새로운 방향과 새 아이디어'를 꼽았다.

반면 '힘과 경험'을 중시한 응답자의 비율은 33%였다. '누가 가장 정직하고 믿을 만하나'고 묻는 항목에서 힐러리를 고른 응답(15%)은 오바마(31%)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힐러리는 최근 불법이민자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 문제 등과 관련해 말을 자주 바꾼다는 비판을 받았다.

ABC방송은 "힐러리의 정직성을 둘러싼 의문이 지속됨에 따라 오바마가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가 아이오와에서 힐러리를 꺾을 경우 '오바마 대세론'이 형성될 수도 있는 게 미국 대선의 특징이다.

힐러리는 19일 아이오와주를 방문,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훈련된 지도자가 필요하다. 우린 직업훈련을 받아야 할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여유가 없다"는 논리로 오바마를 공격했다. 이에 오바마도 아이오와주를 돌면서 "남편이 대통령을 하던 시절 힐러리는 재무장관이 아니었다"며 힐러리의 경험은 경제와 무관함을 강조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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