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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표지판 부실 … 산등성이서 헤매기 일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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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며칠 전 우리 일행은 충북 단양 금수산에 다녀왔다. 1000m가 넘는 산이라서 일행 중 노인들은 산 아래 마을에서 냉이를 캐고, 젊은이 11명이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늦가을 단풍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있어 낭만적이었다. 가파른 오르막길에 땀이 많이 났지만 쉬엄쉬엄 정상에 도달해 바위에 앉아 사방 경치를 감상했다. 많은 등산객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과자를 나누어 먹으면서 즐기다가 하산하기 시작했다. 올라갈 때 살펴본 대로 능선을 따라가다가 돌아서 다른 길로 내려오면 될 줄로 알고 내려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능선을 따르는 길이 잠깐만 이어지고는 계속 아래로 치닫는 것이었다. ‘이러다가 다시 올라가거나 돌아가는 길이 나오겠지’ 생각하며 계속 전진했지만 돌아가는 길은 없었다. 중간에 세워진 산악 지도판에 길 표시가 있었지만 현재 위치가 나타나 있지 않아 그때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계속 내려가다 보면 원래의 마을로 가는 길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내려가니 전혀 엉뚱한 곳이 나타났다. 그러니까 올라간 데는 단양 땅이고, 내려가 만난 동네는 제천 땅이었던 것이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우리처럼 길을 잘못 찾은 이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식당에 들어가 그곳 사람들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이런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것이었다. 제천에서 올라간 사람들도 나중에 단양 땅에 도착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안내 표지판이 워낙 부실하다 보니 수많은 등산객이 헤매게 되는 것이리라. 우리가 엉뚱한 곳에 도착하는 바람에 관광버스는 우리를 찾아 이 마을 저 마을을 한 시간이나 돌아다녔다고 한다.

이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