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어린이책] 가족사랑으로 보듬어준 ‘할머니 치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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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금순아 노올자
이상권 지음,
창비,
124쪽, 9000원,
초등 저학년

엄마, 할머니가 이상해요!
이자벨 로시뇰 지음,
김근주 옮김
가나출판사,
160쪽, 8500원,
초등 고학년

세상의 어두운 면, 슬픈 일, 나쁜 상황을 어린이들에게 언제, 어떻게 전해야 할까. 부모들이 한 번쯤 부딪혀야 하는 문제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 어린데 벌써부터 인생의 아픔을 알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조만간 알게 될 거고”라는 방임이 최선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소재로 한 두 이야기 책은 이런 문제를 곰곰 생각하게 만든다. 건망증의 일종인 치매는 나이 든 어른들에게 주로 생기는데 심할 경우 식사, 목욕, 옷 입기는 물론 대소변 가리기 등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워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 문제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많은 이가 치매를 앓지만 치료가 불가능하기에 예방이 최선일 따름이란 사실이다.

『금순아…』에 나오는 할머니는 뚱뚱하고 엄마보다 힘이 세다. 가족들과 함께 아파트에 사는데 복도에 똥을 싸놓거나, 손녀의 속옷을 마구 가위질하고, 학교에 가겠다고 떼를 쓰기도 한다. 할머니를 돌보느라 엄마는 꼼짝도 못하고 오빠와 누나는 슬슬 피한다.

주인공인 연우만 할머니와 통한다. 연우가 어렸을 때 할머니만 같이 놀아줬고 엄마·아빠가 혼낼 때도 “어린 게 뭘 알겠니”하며 편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신나게 물놀이도 하고 이야기도 지어 들려주는 연우의 모습을 보면 기특하기 짝이 없다. 집을 나가 식구들을 걱정시켰던 할머니는 어느 비 오는 날 병원에 실려간다.

병실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연우는 “어서 일어나서 나랑 놀자. 금순아, 노올자!”며 흔들어 깨우는데…. 할머니에게 들려주는 연우의 이야기가 엇갈리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엄마, 할머니가…』는 외할머니가 치매에 걸린 사실을 가족들이 아는 걸로 시작된다. 할머니 집에 놀러 간 앙투안이 핫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하자 할머니는 자전거를 타고 밀가루를 사러 간다. 그런데 잠시 후 할머니는 설탕을 들고 터벅터벅 걸어서 돌아온다. 앙투안이 놀라 묻자 “옥타브, 저는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걸요”라고 높임말을 쓰며 엉뚱한 답을 한다.

집에 돌아온 앙투안이 어느 날 엄마·아빠에게 “엄마, 할머니가 이상해요”라고 털어놓으면서 집안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할머니는 요양소에 들어가고 앙투안은 매주 엄마와 함께 문병을 가는데 썩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서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손녀가 되어주고자 하는 쥘리에트를 만나 차츰 이해의 눈을 떠간다. 앙투안과 그의 엄마, 쥘리에트는 요양소에서 음악회를 열 생각까지 하고….

치매는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치매보다 더한 어려움이 어느 가족에게나 닥칠 수 있다. 두 이야기는 배경이나 등장인물, 치매의 정도 등이 한국과 프랑스의 거리만큼이나 서로 다르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 간의 갈등을 넘어 사랑과 이해로 가는 길을 보여주는 점은 두 책이 닮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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