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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21.엘머 갠트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1960년 리처드 브룩스가 각색. 감독을 맡은『엘머 갠트리』(Elmer Gantry)는 미국인으로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싱클레어 루이스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루이스는『배빗』이란 소설을 썼는데 그 주인공의 이름(Babb itt)이 「졸부」를 의미하는 보통명사로 사전에 오를만큼 개성이 뚜렷했고,엘머 갠트리 또한 그에 못지않게 특출하고 흥미진진한 주인공이다. 1927년에 발표된 이 소설엔 종교적 믿음을 담보 삼아 순진한 사람들을 속이는 자들과 교회 지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살인을 했던 목사등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얘기를 담고 있다.또 교회에서 헌금을 세금처럼 징수하는 제도와 종교단 체의 수입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제도,경제원론에서 연구대상이 되는 종교단체,신앙을 상품화하는 현상,종교와 사교의 미묘한 한계등 종교의 순수성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
어쨌든 영화 얘기를 하자면….
엘머 갠트리는 시인의 어휘 구사,포스트 모더니스트의 표절,연극배우의 연기 능력을 갖추고 사기성도 농후한 세일즈맨이다.여자관계로 신학교에서 쫓겨난 경력에 힘입어 성경 구절을 줄줄이 꿰면서 카멜레온처럼 순간적으로 표정을 바꾸는 재주로 살아간다.
그는 술마시고 사기치고 오입하는 바쁜 중에도 어머니에게 장거리 전화를 걸어 교회에 잘 다닌다는 거짓말을 감정까지 풍부하게살려가며 늘어놓는다.그리고 싸움질을 하다가 술집에서 하늘에 대고 『여보게,예수양반』을 부르는가 하면 천막교회 에선 가장 큰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고 『사랑이란 무엇인가.그것은 찬란한 샛별이요…』 어쩌고 하는 상투적 말로 모든 사람을 감동시킨다.부흥사 진 시먼즈와 성가대 지휘자 패티 페이지에게 접근,신앙 간증과 찬조 설교를 하는데 재미를 붙 이고 급기야 신들린 부흥사로 군림해 열띤 선교를 거듭하다가 횃불행진을 벌이며 사창가를 뒤집어엎기도 한다.그러나 그가 버려놓아 창녀로 몰락한 룰루(셜리 존스)의 반격이 시작되자 거짓의 우상은 산산이 부서지는데…. 김일성(金日成)의 광신적 추종자들에 대해서도 눈에 핏발만 세울 것이 아니라 이런 회화적 접근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安正孝〈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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