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特惠 동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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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정감사 보도를 보면 인천(仁川)북구청 세도(稅盜)사건에는 비호(庇護)세력이 있었다고 한다.이들은 관내 유지라 할 이른바지역 토호(土豪)들로 그들 가운데 대부분이 세금을 부당하게 적게 내는 혜택을 받았고 세금 도둑질한 돈의 세탁 에 협조한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이를 폭로한 야당의원은 그 모임의 구체적인명단과 부패의 역할 분담을 지적하고 있다.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사직(司直)당국이 나서서 가려야 할 터인데 아직 그런 후문(後聞)은 들은 바 없다.오히려 인 천의 경찰조직 같은데서는 북구청의 세무부정 혐의를 은폐하려 한다는 추측보도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른바 지역사회의 상층부를 형성하는 인사들이 그지역을 도덕적으로 리드하는 입장에 서기보다는 신분과 지위를 그들의 기업 이익이나 개인적 권익보호에 이용하는데 급급하다면 그것은 커다란 문제일 것이다.사회의 상층부가 당연히 가 져야 할도덕적 의무(noblesse oblige)는 커녕 그들의 권익이나 옹호하려는 부패동아리로 연결되어 있다면 그것은 사회계층간의 괴리(乖離)현상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어떤 특정지역의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만연해 있고,세금부정 뿐 아니라 관계(官界).정계(政界)의 인사와 권한 배정등에까지 뻗쳐 있다면 그것은 우리사회 지도층의 부도덕성의 단적인 반증일 것이며 그들에 대한 사회 중.하층부의 반감(反感)과 질시(嫉視)를 고조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무도한「지존파」가 마치 의적(義賊)인양 큰 소리를 치고,그런 주장에 대해 사회의 상당 부분이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마침내 압구정동 주민들은 마치 죄인처럼 자기네 사는 동네이름을감추고 눈치 봐가면서 택시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같은 특혜성 상층부 형성의 상당한 책임은 군(軍)통치에 있다.군 출신들을 중심으로 한 권력의 핵심들은 법의 테두리 밖에있었고,그곳에 줄을 대면 안되는 것도 되던 시절에는 기업하는 사람,관직에 있는 사람,출세를 노리는 사람,심지 어 학계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그런 대열에 참여하려고 기를 쓰곤 하지 않았던가.그런 특혜동아리에서 각종 부정이 빚어졌고 그 후유증(後遺症)들이 요즘 불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최근의 군장교 탈영사건도따지고 보면 정치화하고 특혜받던 군 이 그 성역(聖域)에서 밀려나면서 일어나는 내부 동요의 한 단면일 따름이다.
우리는 진정한 개혁은 이처럼 사회 저변(底邊)에 뿌리를 깊게내린 부당한 특혜와 특권의 동아리를 깨는데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믿는다.그들이 불법적인 특혜의 울타리를 유지하기 위해안간힘을 쓰고,자신의 이득을 저해하는 조치에 제동을 걸고 바람이 잘 때까지 복지부동(伏地不動)하는 게 아닐까.이런 세력이 온존(溫存)해 있는 한 지존파가 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흉악범들이 되레 사회부조리를 고발한다고 큰 소리를 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되도록 할 것인가.
그런데 최근 해괴(駭怪)한 일들이 이곳 저곳에서 머리를 쳐들고 있다.이런 사회적 불균형과 계층균열(龜裂)현상에 당연히 책임져야 할,우리사회의 특권화와 부패를 가장 극단적으로 악화시킨인물들이 구여(舊與)니,범여(汎與)니 하며 설치 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중에는『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자』운운 외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무엇이 영광인가.일부 계층만 특혜를 받고,일부 계층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그들의 영광인가.시대착오적(時代錯誤的)이며 좀 뻔뻔스럽기까지 한 소리 가 아닌가.
***선거로 물갈이해야 그런 무리들이 여권(與圈)을 계속 형성하고 우리 사회의 이른바 이스태블리시먼트(旣成層)로서의 지위를 향수(享受)한다면 우리 사회는 분명 병든 사회일 수 밖에 없다.내년의 지자체장(地自體長)선거,그리고 총선을 통해 이러한세력들을 사회의 지도적인 위치에서 배제해 나가야 한다.그렇지 않고서는 진정한 정치적 물갈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사회에 만연한 뿌리깊은 이 특혜조직들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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