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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아래 50m 산 속 터널 걷는 것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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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 강남북을 한강 아래로 연결하는 두 번째 터널이 8일 뚫렸다. 첨단 실드 공법을 이용한 이 터널은 길이 846m로 서울 성수동과 청담동 사이 한강 바닥 밑을 지나간다. 19일 공사 관계자와 취재진이 하저터널을 걸으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철도시설공단 제공]

"지금 한강 수면에서 50m 아래에 서있습니다."

19일 오후 2시30분쯤 대우건설의 이도희 현장소장이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846m짜리 하저(河底)터널에 들어선지 10분가량 지나서다. 그는 "한강 바닥에서 26m 더 깊은 곳으로, 터널 중 가장 깊은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형광등 불빛 아래 비친 터널 내부는 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 하저 터널이라면 약간 물이 새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은 사라졌다.

서울 성수동과 청담동 사이 한강 바닥에서 20여m 아래로 파고 들어간 하저 터널은 물 아래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이 터널은 선릉역~복정역를 잇는 수도권 광역철도 분당선을 왕십리까지 6.8㎞ 더 연결하는 공사구간 중 하나인데 8일 완전히 뚫렸다.

터널을 도보로 횡단하는 것은 시작부터 낯설었다. 이날 오후 2시20분 도착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분당선 공사장은 촘촘하게 박힌 철골 구조물로 가득했다. 그 사이에 있는 대형 환기구 옆에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취재진과 공사현장 관계자 10여 명이 오르자 엘리베이터는 덜컹거리며 환기구 아래로 수직강하를 시작했다. 40여m를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를 내리자 강북에서 강남 쪽으로 향하는 터널이 펼쳐졌다. 지하여서 따뜻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영하로 떨어진 외부 날씨와 별 차이 없이 서늘했다. 이 소장은 "터널 양끝에 설치된 대형 환기구를 통해 찬바람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정주 철도시설공단 부이사장이 "지금부터 물밑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터널 안은 전등이 촘촘히 밝혀져 있어 생각했던 것보다 밝았다. 그러나 먼지가 많아 목이 아파 왔다. 터널 양쪽에 대형 환기구가 뚫려 있지만 강제로 공기를 순환시키는 시설은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경 7m의 둥근 터널 안에는 보수를 위한 이동통로가 한쪽에 만들어져 있었다.

터널 내 콘크리트 벽면은 조각조각 이어진 흔적이 역력했다. '세그멘트'라 불리는 콘크리트 조각들은 미리 외부에서 제작되며 폭이 1.5m였다. 원형 고리를 만들기 위해 총 7조각씩 맞춰진다고 했다.

신용선 철도시설공단 수도권 본부장은 "지하철 5호선에 사용된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한 발파공법과 달리 이 터널에는 누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첨단 '실드'공법이 사용된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실드공법을 채택한 이유도 누수로 인한 안전 문제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터널을 둘러보며 강남 쪽 공사현장으로 빠져 나오는 데는 2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같은 구간을 지상으로 이동했다면 성수대교를 건너 승용차로 족히 30~40분은 걸릴 거리였다. 2006년 5월 착공, 터널을 뚫는 데는 18개월이 걸렸다. 분당선 선릉~왕십리 구간은 2010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터널은 지하철 5호선 여의도나루~마포역 구간에 뚫린 터널에 이은 두 번째 하저 터널이다.

강갑생 기자

◆실드 공법='실드(shield.방패.사진)'라는 직경 8m짜리의 거대한 드릴을 앞세운 기계가 바위를 뚫고 지나가면 뒤이어 미리 만들어진 콘크리트 조각들로, 바로 터널 벽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자체 길이만 10m에 달하고 뒤이어 콘크리트 조각을 붙이며 마무리 작업을 하는 공정까지 붙이면 길이가 80m에 이른다. 무게 650t에 암벽을 밀고 나가는 힘은 7200t이나 된다. 하루 평균 3.5m 정도 전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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