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e] "멀리서 늘 바라만 보던 큰 산 마침내 그 정상에 오른 느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니콜 세르징어가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35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에서 열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탐탐 클럽. 일반인에 공개되지 않는 100석 규모의 소규모 클럽이다. 이날 이곳에서 음악·방송 관계자들은 한 유명그룹 가수의 첫 솔로 무대를 지켜봤다. 주인공은 여성 6인조 그룹 ‘푸시캣 돌스’의 리드 보컬 니콜 세르징어(29)였다. 그가 내년 초 발매될 솔로 앨범 ‘허 네임 이즈 니콜’(HER NAME IS NICOLE) 중 일곱 곡을 열창했다.

클럽은 즉각 열성팬들로 가득 찬 라이브 공연장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육감적인 외모와 카리스마, 그리고 발라드와 댄스곡을 넘나드는 파워풀한 보컬에 참석자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또 한 명의 대형 솔로가수의 탄생을 예감케 하는 순간이었다.

니콜의 솔로 앨범에는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큰 도움을 줬다. 유명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윌아이앰(베이비 러브·Baby Love), 천재 싱어송라이터 니요(해피리 네버 애프터·Happily Never After), 영국 출신의 ‘음유시인’ 스팅(파워스 아웃·Power’s out) 등이 곡을 주거나 피처링해 줬다. 공연 직후 니콜은 “솔로 데뷔는 언제나 멀리서 바라보던 큰 산이었다. 이제 그 산 꼭대기에 올라와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공연이 끝난 뒤 니콜은 본지와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다양성’이 자신의 최대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니콜은 무엇보다 성장 과정이 남다르다. 러시아인과 필리핀인 부모 사이에 하와이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켄터키주에서 자라났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문화적 전통을 체험한 것이다.

니콜도 “이런 문화적·태생적 환경이 자신의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전세계의 다양한 음악적 요소와 영감을 자신의 음악에 끌어들이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앨범 타이틀 ‘허 네임 이즈 니콜’이 독특하다.

“이번 앨범은 푸시캣 돌스 멤버가 아닌, 개인 니콜로서의 삶과 사랑을 표현했다. 내가 어떤 가수인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 앨범이다.”

-푸시캣 돌스와 차별점은.

“둘은 완전히 다르다. 푸시캣 돌스는 나의 분신 같은 존재지만, 새 앨범에는 훨씬 나다운 음악을 담았다. 나는 다양한 문화적 환경을 바탕으로, 말 그대로 인터내셔널한 음악을 추구할 것이다.”

-노래·춤·연기 중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가장 본질적인 것은 노래다. 하지만 대학에서 춤과 연기를 심도 있게 공부했기 때문에 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노래와 연기는 똑같이 심장에서 나온다.”

-유명스타들이 새 앨범에 도움을 줬다.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보스턴에서 스팅과 일했을 때는 전설적인 가수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떨렸다. 그는 스튜디오에서 신나게 몸을 흔들어대다가도 곧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차분해지곤 했다. 그와 함께 라이브 공연을 하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윌아이앰은 워낙 에너지와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푸아 케니 케니’(Pua Keni Keni)라는 노래가 독특하다.

“달콤한 향이 나는 하와이 꽃 이름이다. 재미있는 하와이 노래를 하고 싶었다. 내가 하와이인이라는 사실을 음악으로 나타낸 것이다.”

-발라드곡 ‘해피리 네버 애프터’에는 본인의 경험이 담겼나.

“바로 내 이야기다. 사랑으로 힘들어하고 상처받는 모든 여자들에게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를 한다면.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 갈비를 무척 좋아한다. 내게 동양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빅그룹 빅솔로
유명그룹 출신 솔로들 잇단 인기몰이
그룹 때와 다른 색깔 보여줘야 롱런

유명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 출신의 퍼기.

18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35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 그래미상이 음악성에 중점을 둔 미국 최고의 음악 축제라면 팬들의 직접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AMA는 뮤지션들의 인기를 바로 알 수 있는 행사다. 니콜과 함께 비욘세·퍼기 등의 여성 아티스트들이 이번 시상식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모두 ‘빅 그룹’에서 나온 ‘빅 솔로’란 공통점이 있다. 이날 비욘세는 ‘최고의 국제 아티스트상’을, 퍼기는 ‘팝 부문 여자 인기상’을 받았다. 셋 중 가장 늦게 솔로 앨범을 낼 니콜은 윌아이앰과 화려한 공연을 펼치며 ‘빅 솔로’ 대열에 화려하게 합류했다.

◆빅 그룹에서 빅 솔로 나온다=9, 10일 첫 내한공연을 한 비욘세는 3인조 여성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리드 보컬 출신으로 ‘빅 그룹 빅 솔로’의 선두주자. 솔로 데뷔 앨범 ‘데인저러스리 인 러브’(Dangerously in Love)를 히트시키며 2004년 다섯 개의 그래미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영화 ‘드림걸즈’에서 주연을 맡는 등 연기도 병행하고 있다.

여성그룹 ‘와일드 오키드’로 활동을 시작한 퍼기(32·스테이시 퍼거슨)는 유명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홍일점이다. 블랙아이드피스는 해외 아티스트로서는 드물게 국내에서 12만장이 넘는 앨범을 팔며 각광받고 있는 그룹. 퍼기는 지난해 발표한 첫 솔로앨범 ‘더 더치스’(The Dutchess)에 수록된 ‘런던 브리지’(London Bridge), ‘글래머러스’(Glamorous) 등으로 빌보드 정상에 올랐다. 퍼기 또한 비욘세처럼 영화 ‘포세이돈’ ‘데쓰 프루프’ 등에 출연하며 영화배우로도 활동 중이다.

가장 섹시한 여성그룹으로 꼽히는 ‘푸시 캣 돌스’에서도 비중이 컸던 니콜은 곧 솔로로 데뷔한다. 퍼기와 마찬가지로 그룹과 솔로를 병행할 계획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이들은 분업화된 그룹에서는 보여줄 수 없던 자신만의 강점과 매력을 솔로에서 마음껏 과시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룹과 다른 색깔로 승부=그룹의 명성이 솔로의 앞날을 100% 보장하지는 않는다. 90년대를 주름잡았던 그룹 ‘뉴키즈 온더 블록’과 ‘스파이스 걸스’의 일부 멤버가 솔로로 나섰지만, 결국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성공의 관건은 그룹 활동 때와는 얼마나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를 아는 퍼기는 힙합 쪽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그룹 활동과 달리 솔로 앨범에선 트렌디한 팝 음악을 다양한 색깔로 보여줬다. 니콜도 데뷔 앨범에서 여러 장르의 곡을 소화해냈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씨는 “이들의 솔로 데뷔는 다른 솔로 가수에 비해 유리한 출발선상에 있지만, 그룹과는 차별화된 색깔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에 따라 롱런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