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오염을벗긴다>6.안동일대-전문가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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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상주는 삼한(三韓)시대 낙동강에 뿌리를 두고 강력한 부족국가로 발전해온 사벌국(沙伐國)영토로 2천년동안 취락의 역사를 이어오며 경북 서부지방 중심지로 농경.선비문화를 발전시켜왔다.평화와 순결을 뜻하는 흰색은 바로 전통적인 백성의 빛깔이자 상주인의 상징이다.
그런데 70년대 이후 인근 구미.김천에 대규모 공단이 들어서면서 순박하고 보수성이 강한 상주지역도 급속한 도시화 현상으로시가지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그동안 뱃길을 이어주던 낙동강나루터에 낙단대교가 가설되자 뱃길마저 끊기고 말았다.
물길 따라 노를 저으며 강을 건널 때마다 언제나 어머니의 품속처럼 넉넉함을 안고 따뜻하게만 느껴지던 낙동강의 정취는 이제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상주시가지를 동서로 가로질러 흐르며 개구장이들의 물놀이터로 곧잘 이용되던 남천.북천도 냇물이 말라버려 고수부지만 늘었고 속리산에서 발원한 이안천의 해맑은 물은 영강과 부딪치면서 금세먹물로 변해「물반 고기반」이라던 이안천 은어잡이 가 기억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신석기.청동기시대의 유물이 묻혀 있는 낙동강 연안에또 대규모공단이 조성된다니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자연을 자연 그대로 지키지 못하고 개발이라는 거창한명분을 앞세워 마구잡이로 파괴해 버리고 만다.농공단지 조성이 그렇고,석산개발이 그렇고,심산유곡의 도로확장.포장이 그렇다.
상주문화의 발상지인 낙동강은 이미 생활.축산폐수에 멍들어 있는데다 조만간 산업폐수까지 흘러든다면 상낙동천(商洛洞天)의 역사마저 고도산업화 물결에 휩쓸려 사라질게 불을 보듯 뻔한 일이아닌가. 이제 자연환경이 더이상 파괴돼서는 안된다.우리가 마음대로 짓밟아 버린 낙동강을 다시 보듬어 안고 메말라 가는 지역정서를 일깨워 강물의 유유함이 빚어낸 흰빛의 정신으로 새로운 삼백(三白)운동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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