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한국의 화폐"보완 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현존하는 우리나라 화폐중 가장 오래 된 것은 고려 초기인 10세기 말엽 죽은 사람의 무덤에 부장용(副葬用)으로 넣어준 것으로 추정되는 무문전(無文錢)이다.그러나 역사의 기록을 더듬어올라가 보면 최초의 화폐는 기원전 957년께로 추정되는 기자조선시대의 자모전(子母錢,작은동전.큰동전 이라는 뜻)이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 돈이지만,구한말(舊韓末)국세가 기울면서 최초로 발행된 은행권은 부끄럽게도 우리 중앙은행도 아닌 일본의 민간은행에 불과한 다이이치(第一)은행에서 1902년에 발행한 1원권이었다.이 지폐는 뒷면에 『이 권면 금액은 한국 각 지점에서 일본 돈으로 바꿔준다』는 내용의 우리 글귀까지 적힌 엄연한 우리나라 화폐였다.또 분단후 북한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화폐도 북한의 돈이 아닌 소련군 사령부가 발행한군표(軍票)였다.한국은행은 10일 고대 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의 우리나라 화폐 역사를 담은 「한국의 화폐」를 발간했다.이 책은 지난 82년 발간됐던 내용에 최근까지 진전된 학계의 연구결과를 더해 12년만에 보완된 것이다.
이 책에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6백90종의 각종 주화.
지폐와 함께 북한에서 발행된 66종의 화폐에 관한 자료들을 처음으로 수록하고 있다.다음은 각종 화폐와 관련된 첫 기록들.
▲최초의 화폐=기록상으로는 기원전 9백57년 기자조선 홍평왕때 쓰였다는 자모전(子母錢)이 있다고 전해지나 발견된 것은 없다.발견된 주화로는 10세기 중엽의 무문전(無文錢)이 가장 오래됐다.지폐는 고려말 공양왕 때 닥나무 종이로 만든 저화(楮貨)가 검토됐다가 조선 태종 때에 가서야 발행돼 나돌았다고 전해지나 역시 실물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최초의 은행권=1902년 일본 다이이치 은행이 발행한 1원권.당시에는 국내에 중앙은행이 없었으며 다이이치은행은 우리 정부에 은행권 발행을 신청했다가 실패하자 대신 일본 정부를 부추겨 결국 자기들이 우리 나라의 은행권 발행 「일감 」을 따기에이르렀다.훗날 이돈은 국내 지식인들의 배척운동 대상이 됐으며 1910년에야 발행이 중지됐다.
▲최초의 한국은행권=50년 6월 12일 설립된 한국은행은 6.25 동란이 터지고 사흘 뒤인 6월28일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하면서 교란작전의 하나로 한은 금고에 있던 조선은행권을 꺼내마구 유통시키자 이를 막기 위해 그해 7월에 서 둘러 한국은행권을 발행한다.그러나 기본적인 인쇄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이어서 이 지폐를 일본 조폐공사에서 인쇄해 김해로 공수하는 난리를 쳤고 그나마 지질도 극히 조잡했다.당시까지 남한 지역에서 쓰였던 조선은행권은 50년 8월에 통 용이 금지됨에 따라 묘하게도 북한이 마지막 사용자로 남게된 셈이 됐다.
▲북한 최초의 화폐=45년 분단 직후 부터 소련군 사령부가 「붉은 군대 사령부」라고 표시된 1원,5원,10원,1백원등 4종류의 군표를 유통시킨 것이 최초며 그후 47년 12월에 북조선 중앙은행이 같은 4종류의 은행권을 발행하기 시 작했다.
외화 불법유출에 시달린 북한은 이를 통제하기 위해 79년부터일반화폐와 구분해 외화와 북한화폐를 바꿀때는 「외화와 바꾼 돈표」라는 이색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李在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