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사태보는 美입장-후세인 축출 최종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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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라크가 9일 쿠웨이트국경에 전진배치한 3개사단병력을 회군(回軍)토록 명령함으로써 군사충돌의 가능성은 일단 해소됐으나 중동을 휩쓸던 긴장은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이라크군의 회군은 쿠웨이트국경에 감돌던 전쟁위기를 곧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美언론은 미국이 5만2천명의 군대를 이동시키는 데 따른 대규모경비 소요를 무시하고 단순하게 일과성 해프닝으로 이번사태를 넘길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미국정부는 이번 미군의 대규모 이동으로 적어도 2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지난번 아이티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방부는 2만명의 군대를 파견하면서 4억달러를 투입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이라크군의 국경집결에 대해 놀랄 만큼 신속한대규모 병력이동으로 대응한데 이어 이라크의 회군결정에도 불구하고 군대파견을 강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다음의 세가지 분석이 있다. 첫째는 후세인대통령이 결코 예측 가능한 논리적인 인물이아니라는 美정부의 자체 평가에 따라 지난번 걸프전때 처럼 미국이 미온적이고 소극적 대응을 할 경우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침공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클린턴정부의 우려가 크게 작용 하고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후세인대통령이 언제든지 다시 군대를 쿠웨이트국경에 재집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국경집결 이라크군이 통상적인 군사훈련의 수준이 아닌본격적 군장비와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데 대한 군사적 경각심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라크군은 탱크는 물론 각종 차량등 신속한 기동력을 갖추고 있으며 각부대가 2주간의 식량과 탄약을 각각 구비하고 있다는 정보는 바로 후세인의 본격적 전투수행의지의 증거로 美국방부는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번째는 클린턴대통령이 이번 기회를 후세인대통령 제거의 확실한 계기로 삼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정부가 이라크의 회군발표를「승리」라고 자축하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미 출동한 병력을 거둬들이지않고 있는 것은 이들 병력이 걸프지역에 도착하게 되면 내친 김에 이라크에 대해 추가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워싱턴의 시각이다.
클린턴대통령이 이번 TV연설에서 후세인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은 것은 미군도착 이전에 이에 대한 후세인의 반발을 유발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자제로 분석되고 있다.
미군의 걸프지역 완전 배치는 앞으로 최소한 1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이며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고 군배치가 완료되면 클린턴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해 강경자세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워싱턴의 분위기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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