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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좋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서울지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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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지난 8일 오전 6시30분 홍콩 주룽(九龍)의 나탄가(街). 출발 폭죽과 함께 내달린 2만3천여 아마추어 마라토너 중에 일곱명의 한국인 남녀가 있었다. 10㎞코스에 도전한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서울지점 직원들이다.

박이철(48) 글로벌마켓본부장과 박준섭(37)지배인, 그리고 이조휘(28).최숙연(27).박애득(25).송인주(25).정효숙(24)씨. 그중 이씨 등 20대 5명은 여직원이다. 박이철 본부장은 지난해 11월 중앙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한 베테랑. 이번에 팀장 격으로 왔다. 굵은 빗발을 뚫고 달린 지 한시간여. 이윽고 정효숙씨를 선두로 하나둘 완차이(灣仔)의 결승선을 밟았다.

*** 직원 셋 중 한명꼴로 매니어

제8회 스탠다드차타드 마라톤 대회. 홍콩 아마추어육상연맹이 주최하고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의 홍콩지사가 후원하는 경기다. 같은 회사의 해외 지사가 후원한 경기라서만은 아니다. 이들은 국내외 아마추어 대회에 거의 빠짐없이 출장하는 사내 마라톤 매니어들 중 일부다.

"2, 3년 전부터 붐이 일어 지금은 회사 전체가 마라톤 분위기예요."

별난 회사다. 스탠다드차타드 서울지점의 한국인 직원은 1백70여명. 그중 30명 가까이가 이미 대회 출전 경력을 가진 골수들이다. 출전을 벼르며 개인훈련 중인 사람까지 합치면 사내 마라톤 가족은 50명이 넘는다. "마라톤이 사풍(社風)이 됐어요. 화제에서 마라톤이 빠지지 않지요"라고 임동일(40)차장은 소개한다.

그는 사내에 본격 마라톤 붐을 일으킨 사람이다. 2002년 홍콩대회에 처음 참가해 10㎞코스 1등을 하면서다. 회사 측은 즉각 마라톤을 권하고 나섰다. 국내 대회에 참가하면 참가비를 내주고, 특히 홍콩마라톤에 출전할 땐 항공료와 숙박비까지 지원해주기 시작했다.

"직원의 건강과 조직의 활력을 생각했지요. 앞으로도 적극 권장할 겁니다." 지점장인 윌리엄 게멀(61)의 말이다.

*** 2년전 홍콩대회 1등하며 붐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레 '마라톤 중독증'을 퍼뜨렸다. 처음엔 공짜 홍콩여행을 목표로 달리기를 시작했던 직원들이 마라톤에 빠져들면서 전도사가 됐고, 마라톤 감염 속도는 더 빨라졌다. 이원우(47) 기업금융본부장 같은 사람은 그해 가을 한 언론사 마라톤 대회에 부서원 8명을 몽땅 출전시키기도 했다.

*** "조직에 활력 넘쳐나"

"힘들긴 했지만 그때 마라톤의 매력을 짙게 느꼈어요. 그래서 지난해도, 올해도 홍콩대회까지 오게 됐지요." 이조휘씨의 말이다. 이씨는 거의 매일 밤 동네 보라매공원에서 '야깅'을 한다. 최근엔 부모와 여동생도 함께 뛴다.

역시 두번째 출전인 박애득씨는 "달리는 일이 습관이 되면서 몸도 마음도 거뜬해졌다"고 했다. 틈만 나면 달리고 마라톤 얘기로 생활의 활력을 키워가는 건강한 사람들이다.

홍콩 글.사진=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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