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 백화점 먹여 살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롯데·현대·신세계 3대 백화점의 10월 매출은 추석이 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늘었다. 올 추석은 9월이라 추석 특수를 맛보지 못한 달인 데도 그렇다.

산업자원부가 16일 내놓은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할인매장인 3대 대형마트(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 줄었다. 이에 비해 백화점 매출만 나 홀로 늘어난 것이다.

 백화점 매출의 약진은 명품 판매 호조 덕분이다. 세 백화점은 지난달에 명품을 전년 동기 대비 26%나 더 팔았다. 실제로 명품 판매는 21개월 동안 증가세다. 12개월 전부터는 매달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명품의 백화점 매출 비중도 지난해 10월 5.7%에서 지난달 7%로 늘었다.

  명품이 잘 팔리는 데 대해 백화점들이 최우수고객(VVIP) 마케팅에 열을 올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구매 액수가 큰 상위 1%의 고객을 오페라에 초대하거나(신세계), 제주도로 초청해 요트 투어를 시켜 주고(롯데), 일대일 맞춤 공연을 벌이는(현대) 식의 마케팅으로 부유층을 유혹한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또 백화점마다 앞다퉈 명품관을 확장하고 새로 단장하는 것도 명품 판매를 늘렸다. 신세계는 3월 본점 본관을 명품 브랜드로 채워 재개장했다.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 본점도 지하 2층의 명품 브랜드를 지상 2층으로 옮겨 1, 2층을 명품관처럼 꾸몄다. 현대백화점 정지영 팀장은 “백화점 업계는 경기 변화에도 소비 패턴이 일정한 소득 상위 계층을 겨냥해 명품 마케팅을 강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에선 명품 외에 아동·스포츠용품(11%), 가정용품(6%), 여성캐주얼의류(5.6%) 등 대부분 품목의 매출이 늘었다. 10월에 추석이 들어 있지 않아 식품(-10.8%)과 남성 의류(-5.5%) 매출은 줄었다. 소비 심리가 전반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왔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노은정 부장은 “증권시장 활황도 소비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 심리가 완전히 회복될지 여부는 대선 이후에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