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읽기] 쉽고 재미있는 오페라 입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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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박종호 지음,
시공사,
278쪽, 1만2000원

이번에는 ‘고민 해결서’다.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으로 클래식 입문을 권하고 『불멸의 오페라』에서 오페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풀어놨던 저자가 이번에는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나섰다.

상담 의뢰자는 주말이 되면 도통 할 일이 없던 한 남자다. 그는 마음에 쏙 드는 여성을 소개받지만 걱정만 늘어난다. 그 여성이 “티켓은 제가 샀어요”라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공연장에 끌고 가는가 하면 “좋은 공연이 있으면 또 가자”고까지 했기 때문이다. 오페라 CD도 여러 장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공연장에서는 가장 행복한 눈빛으로 음악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당황한 남자는 단짝 친구의 외삼촌에게 SOS 신호를 보낸다.

동네에서 의원을 하고 있고, 오페라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책도 낸 적이 있는 이 아저씨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차근차근 물어봐”라며 친절히 ‘오페라 고민’ 상담을 시작한다. 눈치 빠른 독자는 알겠지만 이 아저씨는 바로 책의 지은이다. 그는 오페라와 사랑에 빠진 정신과 의원 원장으로 유명하다. 국내는 물론 해외 오페라 하우스를 모두 돌며 직접 본 작품만 500편이 넘는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페라 강의는 물론 외국의 공연 트렌드 소개에서도 전문 식견을 자랑한다.

고민을 의뢰한 책 속의 남자는 “오페라는 언제 만들어졌나요”를 시작으로 “독일과 이탈리아의 오페라는 어떻게 다른가요”, “오페라 극장에는 무엇을 입고 가나요” 등의 질문을 계속한다. 이 책은 이에 대한 의사 아저씨의 친절한 설명으로 구성돼 있다.

오페라를 한번도 보지 않은 사람으로 질문자를 설정했기 때문에 젊은 남자의 질문은 천진난만할 정도다. 오페라 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진 저자가 “왜 오페라에서는 노래만 하는가”, “왜 오페라 여가수들은 모두 뚱뚱한가” 등의 질문을 실제로 수없이 받아봤기 때문이다.

오페라에 대해 빼곡한 이론서를 써낼 정도로 정통한 이 의사 아저씨는 아주 쉬운 설명으로 오페라 입문을 돕는다. 깊은 지식이 깔려있는 쉬운 책이야말로 좋은 입문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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