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이은경.임정아 양보없는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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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이은경과 임정아의 결승전은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였다.
우리 선수끼리 갖는 결승전이라 정몽구 양궁협회장등 관계자들은느긋하게 지켜봤지만 사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이은경이나 임정아 모두 한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한판 승부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선배인 이은경이 흔들렸다.
모두 12발을 쏘는 결승전에서 침착하게 9점씩 기록하던 이은경은 세발째 뜻밖에 6점을 쏘았다.
관중석에서는 안타까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긴장되기는 임정아도 마찬가지였다.
임정아는 곧바로 네발째 똑같이 6점을 기록해버려 달아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버렸다.
9발까지 두 선수가 기록한 점수는 똑같이 76-76.
열발째 이은경이 만점인 10점을 쏘았으나 임정아는 9점에 그쳐 이은경의 리드.열한발째는 거꾸로 이은경이 8점,임정아가 9점으로 다시 94-94 동점이 됐다.
이제 승부는 마지막 한발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관중석도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먼저 시위를 당긴 임정아의 화살이 10점 과녁을 꿰뚫었다.관중석에서 환성이 터져나오고 임정아는 승리를 확신한듯 만족스러운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승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크게 심호흡을 한 이은경은 백전노장답게 정확히 10점과녁에 화살을 꽂아버렸다.
1백4-1백4 동점이었다.
이제 한발씩 쏴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
이번에는 이은경이 먼저 쐈다.9점.
임정아가 약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안정이 되지않는듯 활을한번 겨눴다가 내렸다.40초의 제한시간중 이미 20초가 흘러가고 있었다.
임정아는 10초를 남겨놓고 시위를 당겼다.
8점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이은경을 향해 카메라가 몰렸다.
이은경은 눈물을 흘렸고 임정아.한희정과 얼싸안았다.
[히로시마=손장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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