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측간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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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즈음 화장실 비대 설치가 크게 유행이라고 한다.
이제 서양식 화장실문화는 우리에게 보편화 됐고「선진」의 표본으로 여긴다.
그러나 뒷간문화에 관한한 우리가 서양보다 까마득히 앞선 대선배다. 우리는 이미 기원전부터 뒷간을 만들었고 일명 뒷물을 하는 공간이란 뜻으로「북수간」이라 불러왔다.
우리 변소에 관한 최고기록으로는 3세기에 쓰여진 중국 사서『위지』동이전 읍루조에『집 한가운데 뒷간을 만들고 그 주위에 빙돌려 모여산다』는 기술이 있다.중국은 전한(기원전 202~서기8년)때 변소가 시작됐고 일본은 12세기 헤이안 시대까지도 뒷간이 없었다.
유럽 역시 17세기까지 왕후.귀족들 조차 나무밑이나 으슥한 담벽밑에서 대소변을 봤다.
좌식변기와 뒷간위생도 우리가 훨씬 앞섰고 사치스러웠다.
경주 불국사에는 돌로 만든 좌식의 옛 수세식 변기가 있고 매화타령의 흥까지 유래시킨 조선조 궁중의 매우는 가에 우단을 씌운 훌륭한 좌식변기였다.
뒷간의 사치로는 중국 진나라 석숭을 손꼽을만 하다.
그는 파리날개를 깔아 대변이 떨어질때 파리날개가 제풀에 날아올랐다 앉게했는데 파리를 잡는 종만도 수만명이 됐다고 한다.
우리의 뒷간은 그 이름도 매화간.해우실.측간.정방.혼측.회치장.서각.시뢰.정낭.통시.작은집등 아주 다양하다.
불교 특히 선종에서는 뒤를 보는 것도 수행의 연장이다.
동학사「해우실」은 글자 그대로 생리적 걱정뿐만 아니라 병과 근심까지 소멸시킨다는 뜻을 담고 있고 선암사.고란사등의 화장실「입측오주」도 모든 병과 근심 걱정이 대소변과 함께 빠져나가기를 기원하고 있다.
비대를 사용하더라도 우리고유의 화장실문화가 간직해온 의미있는「전통」은 버리지 말아야겠다.
〈본지 편집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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