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이쓰는가정이야기>음악과 소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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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온 집안 식구가 음악을 한다고 말하면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알고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물론 같은 분야에서 식구들이 함께 일하며 서로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음악을 하다보면 좋은 소리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상시에는 시끄러운 소음을 만드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한 집안에 하나가 아니라 동네에 한 사람이 음악을 해도소란스러워 눈총을 받는판에 식구 넷이 소리를 내며 사는 일은 분명 예삿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웬만한 동네에서는 살 엄두를 낼수 없어 항상 전전긍긍 눈치보며 살아오다가 다행스럽게도 마음맞게 집을 짓게 돼 일단은 공포심에서 벗어나는가 했더니 이제는 두 딸아이가 성장해서 부모따라 음악을 하겠다고 나선다.
결국 집안에 피아노가 4대나 있어야 하고 소리는 그칠 새 없으니 남들이 보면 참으로 예술적이고 문화적인듯 하다지만 항상 소란스럽기 짝이 없는 생활이 계속된다.
그러다보니 개 한마리 키우고 싶어도 짖어대면 동네에 염치가 없어 못하고,모처럼 닭을 키웠더니 수탁이 피아노 소리만 들리면울어대는 바람에 포기하고 말았다.또 새장을 들여놓았더니만 역시피아노 소리에 흥분해서 소란을 떨어대니 결국 소리와 관계된 어떤 것도 모두 단념하고 말았다.
날이 갈수록 집에서 편하게 음악을 감상하는 일은 줄어들게 되고 휴식 시간이면 되도록 음악과 멀리 있고 싶어한다.그래서 이제는 식구들 취미가 독서나 화초 가꾸기처럼 소리없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
어쨌든 음악가족이 되는 일은 이처럼 힘든 일면이 있다.
비록 그들이 조금 여러분들의 신경을 괴롭히더라도 관대함으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
그래도 이해심 있는 이웃들 덕분에 세상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계속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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