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만화] 스페인 애니메이션 '엘 시드 - 전설의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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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스페인의 영웅 로드리고 디아즈 비바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엘 시드-전설의 영웅'이 13일 국내 개봉한다. 스페인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지만 인물의 생김새나 색감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국내 관객들의 눈에 설지 않다. 디즈니를 연상케 하는 것은 외형만이 아니다.

선대 국왕이 죽은 뒤 왕자들 사이에 벌어진 왕위쟁탈전의 와중에 명예와 사랑을 모두 거머쥐게 되는 주인공의 영웅담을 적절한 유머를 섞어 펼쳐나가는 방식 또한 비슷하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에서는 3년6개월의 제작기간에 들인 공이 살아나고, 서정적인 주제가에 오케스트라 연주를 곁들인 음악은 웅장한 분위기를 더한다.

그러나 세밀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디즈니 눈높이의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수십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의 개성이 관객의 눈에 쏙쏙 들어올 만큼 확실히 살아나지 못하고, 복잡한 줄거리 역시 어린이 관객들로서는 충분히 따라가기 힘들다.

자국의 역사를 보편적인 영웅담으로 만들어 낸 스페인 제작사의 성취와는 별도로, 미국과 다른 유럽 애니메이션의 맛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도 실망스러운 점 중의 하나다. 미국 워너브러더스가 세계 배급을 맡았기 때문에 국내에는 극장에 따라 영어 더빙판과 우리말 더빙판이 상영된다.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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