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개혁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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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의견이 다를 것이고 그래서 힘이 들겠지만 프랑스가 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그 길로 여러분 모두와 함께 가겠습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5월 당선 직후 한 연설이다. 6개월 후 그가 예상했던 대로 '일부의 반대'로 사르코지의 개혁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운송 부문 노조가 13일 밤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고 학생들은 거리로 나왔다. 조만간 교사.법조인까지 파업에 가세한다. 12년 만에 최대 규모의 정치파업이다. 파업 첫날부터 프랑스는 큰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위기를 내다봤던 사르코지의 리더십은 어려움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진단이다.

◆대통령은 원칙 고수, 참모 통해 회유=12일 엘리제궁과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T)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사르코지가 선택한 카드는 '연금.교육 개혁은 중단될 수 없다'였다. 사르코지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정부가 물러서는 것은 프랑스가 물러서는 것"이라며 연금.교육 개혁의 대의명분을 재차 강조했다. 일간 르피가로는 사르코지가 초반 명분론을 들고나와 여론을 선점했다고 평가했다.

협상도 병행했다. 참모를 앞세웠다. 자비에 베르트랑 노동장관과 CGT의 베르나르 티보 위원장은 13일 두 시간 동안 만났다. 기업.노조.정부 3자가 참여하는 협상안은 그렇게 나왔다. 3자 협상을 명분으로 노조가 파업을 유보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준 것이다.

◆현장으로 달려간 대통령=지난달 사르코지는 최대 강성 노조가 주축을 이룬 프랑스국영철도회사(SNCF)를 찾았다. 언제나 총파업의 전위부대 역할을 하는 곳이다. 1995년 파업 때는 알랭 쥐페 총리가 현장으로 갔다. 쥐페는 최고 실세 정치인이었지만 대중에 대한 호소력은 부족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사르코지는 국정의 최고책임자이자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노조원들은 한 손으로는 '사르코지 절대 반대'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지만, 다른 한 손으로 사르코지의 얼굴을 담느라 휴대전화 카메라를 연방 들이댔다. 그의 웅변은 노조에도 설득력 있게 파고들었다.

◆국민에게 정당성 인정받아 개혁 가속화=노조와 힘겨루기 하는 사르코지의 최대 무기는 여론이다. 그래서 일단은 상대의 공격을 받아주면서 반대여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면 11월 폭풍우를 지나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받은 단단한 토대 위에서 개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업 이틀째인 15일에도 프랑스의 기차와 지하철.버스는 여전히 멈춰 있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계산이 맞아 들어가고 있다. 파업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지난주 55%(레제코)에서 파업 당일에는 69%(르피가로)로 늘었다. 로이터는 "프랑스 국민이 대부분 파업 노조에 반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여론 조사원의 말을 전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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