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살찌는 醫保,빈곤한 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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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국민의료보험시대가 개막된지 올해로 벌써 7년째가 된다.전국민의료보험시대란 모든 국민이 그 경제적 형편에 관계없이 의료를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함일 것이다.그러나 매스컴에는 요즘에도 치료비가 없어 귀중한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는 갖가지 딱한 사연들이 끊이지 않는다.그럴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소박한 의문을 갖게 된다.전국민의료보험시대라고 하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그렇다면 전국민의료보험시대란 한낱 선전구호였던 것인가.
선전구호였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일이겠지만 적어도 그 구호가속빈 강정같은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현행 의료보험급여기준은 입원환자의 본인부담액을 진료비총액의 20%로 규정해놓고 있다.그러나 실제로 병 원에 입원해본사람이라면 이런 규정은 지극히 형식적인 것임을 잘 알 것이다.
각종 조사는 환자들의 실제부담률이 50~70%에 이르고 있음을밝혀주고 있다.
이는 정부당국과 조합이 보험재정의 안정을 위해 급여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가령 CT촬영처럼 널리 이용되고 있는것도 비싸다는 이유로 급여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의료보험재정이 넉넉하지 않다면 그러한 제한도 이해할수 있다.
그러나 재정은 충분하다.9월말 현재 의료보험은 3조4천억원의 흑자상태에 있다.그러면서도 급여범위의 확대에는 여전히 인색한 결과 병원은 병원측대로 불만이고, 환자들은 환자들 대로 보험의효용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이런 현실은 하루 바삐 개선돼야한다.국민은 진료범위의 확대를 원하는데도 당국은 남아도는 재정을 병원지원금에 쓰겠다는 앞뒤 안맞는 정책구상이나 하고 있다.
이는 의료보험의 운영이 관주도적(官主導的)인데 한가지 원인이있다.의료보험 주체는 어디까지나 국민이어야 한다.의료보험재정은나날이 살쪄가는데 정작 주인인 국민은 제대로 진료를 못받는데서야 말이 되는가.운영의 주체를 국민으로 바꿔 환자위주의 급여체제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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