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의성화타오르다>3.原爆의 도시히로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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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금 히로시마에는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흔적들이 도처에 붙어있다.
「평화공원」이나 「평화로(平和路)」같은 지명에서부터 「평화의바람을 온세계로」라고 쓴 대형 플래카드가 나부끼는등 마치 히로시마 전체를 「평화의 도시」「화합의 도시」로 승화시키려는 일본의 노력이 한눈에 들어온다.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의 슬로건을 「아시아인의 화합」으로 정한 것 역시 히로시마가 원폭 피폭지였다는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도 도시 한복판에 원폭당시 파괴된 건물을 그대로 보존한 평화공원을 조성해놓고 이땅에 평화가 올때까지 꺼지지않는 「평화의 불」을 켜놓은 것도 이곳 시민들의 염원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대회를 화합의 대회로 꾸미려는 이들의 노력은 일본인특유의 친절함과 맞물려 구체화되고 있다.
참가국 모두와 공민관을 하나씩 자매결연,응원토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민관은 한국의 구민.군민회관과 비슷한 곳으로 이미 6~7년전부터 42개 참가국들과 일일이 자매결연의 형식을 빌려 관계를맺고 응원을 계획하는등 「손님맞이」준비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한국을 맡은 후루타(吉田)공민관은 서울의 유석(惟石)국민학교와 자매결연하고 응원을 담당할 초.중.고 농악대원이 이미 두차례나 서울에 와서 사물놀이를 배워가는등 각별한 정성을보였다. 이들은 응원 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한국어.한국요리강좌등을 개설해 「한국과의 일체감」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지난 26일 가장 먼저 입촌식을 가진 인도네시아의 경우 우시다(牛田)공민관등 3개 공민관 대표 15명이 선수촌을 찾아가 입촌식에 참가했다.
이들은 입촌식에서 그동안 배운 인도네시아 국가를 함께 불러 인도네시아 선수단을 감격시키기도 했다.
역시 이들도 7년전부터 수차례 인도네시아를 방문,전통악기를 배웠으며 인도네시아 유학생들과 함께 응원에 나설 예정이다.
침략전쟁으로 모든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적개심을 불러일으켰던 일본으로서는 철저한 「화해의 제스처」인 셈이다.
이번 대회 개막식 행사는 색다르다.아시아의 연대감과 동질성을위해 「평화와 우정」에 관한 메시지를 채택,아시아와 전세계에 보내게된다.
피폭 경험자와 선수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대회조직위는 대회기간중 참가선수단을 평화기념공원에 초청,45년 원폭투하 당시를 경험했던 사람들과 만나게 할 예정이다.원폭의 참상을 알리고 세계평화를 기원한다는 취지다.
[히로시마=孫長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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