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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은 재벌을 욕보이지 마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화 촬영 때 카다피 대통령 만날 생각
■기업인에게 관행 무시되는 현실은 없어
■기업은 안 되고 정부가 하면 되는 건 사회주의국가
■기업이 당나귀인가, 왜 (정부가) 짐을 지우나
■어느 정권 때라도 외압 거부할 수 있는 기업 없어
■장영자 사건 때 정권 압력으로 공영토건 맡아
■장 이사(장은영)와 결혼하니까 남자들이 질투

이코노미스트 이코노미스트는 ‘최원석의 리비아 개척기’를 연재했다.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끝내면서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못다 한 말을 듣고 싶었다. 최 전 회장은 때론 몰락한 대그룹 총수로 울분을 삭이며, 때론 열망에 들뜬 영화감독으로 이코노미스트와 얘기를 나눴다. 특히 그는 정부와 기업의 관계에 대해 경험담과 생각을 소상히 밝혔다. 장영자 사건 때 공영토건을 정권의 강권으로 맡을 수밖에 없었던 비사도 털어놨다. 그가 한 말의 핵심은 정부가 사사건건 간섭하며 재벌을 욕보이지 말라는 것이다.


10월 하순, 반백의 중후한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은 동아방송예술대학 이사장실에서 한껏 젊음을 발산하고 있는 교정의 대학생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지난 10월 26일 공산학원의 뿌리인 대전의 동아공업고등학교 개교 30주년 행사를 치렀다. 곧바로 다음날에는 20여 명의 스태프와 함께 그동안 촬영해온 ‘굿바이 테러리스트’ 마지막 부분을 감독하는 강행군을 했을 만큼 그의 심신은 푸른 열정으로 물들어 있는 듯했다. 동아방송예술대학은 이론을 현실에 접목시킨다는 차원에서 대학에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할 수 있는 영화회사를 정식으로 등록시켜 놓고 있다.

재계 10위권의 대그룹을 경영했던 최 회장이 최근 영화감독 수업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갔을 때 인터넷에서는 단숨에 검색순위 1위에 오를 만큼 관심 있는 인물로 부상했다. 재계 인사들에 대한 사면복권이 있을 때마다 그의 이름은 빠져 있어 재계에서는 안타까운 인물로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최 회장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있어 시간이 부족하다는 그를 어렵게 만났다.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하고는 지금도 안부를 주고받습니까?
“내가 직접 하지는 않고 있어요. (간접적으로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도 카다피 대통령께서는 나를 ‘체어맨 초이’로 호칭을 해주고 계신다는데, 이런 모습으로 나서기는 싫지요.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만나지 않겠어요? 내 안부를 궁금해 하고 계신다는 얘기는 전해 듣고 있어요. 지금도 세계적인 정치 거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분인데 (내가) 사적인 일로 바쁜 시간을 내달라 하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기도 하고.”

반기문 총장도 대수로 공사 자랑

-최근에 들은 정보에 의하면 회장님이 『카다피 평전』을 집필하고 계신다는데, 사실입니까?
“허허, 그거 때문에 만나자고 했구먼. 하루 종일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는 사람하고 정보가 만들어지지 않는 사람은 죽은 생명이라고 하던데, 내가 살아있는 모양이지요? 허허허. 내가 그분에 대한 평전을 쓸 정도는 안 되는 것이고 ‘내가 본 카다피 대통령’이라고 해서, 아직 확실한 제목은 아니지만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 카다피 대통령하고 나누었던 얘기들, 그분의 열정, 리비아에 대한 미래의 계획들, 인간적인 측면을 되돌아보려고 해요.

비화로 들었던 내용이지만 아프리카, 중동국가 정상들하고 펼쳤던 외교적인 후일담, 미국의 폭격으로 딸을 잃게 됐을 때 심정, 대수로 공사를 하면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들, 국내 건설사들의 로비 형태, 카다피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과 쌓아온 우정, 뭐 그런 등등을 듣고 기록했던 내용으로 쓰고 있는데, 쉬운 일이 아니구먼.

그게 나오면 직접 만나 뵙고 밤새도록 얘기를 좀 나눠볼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분이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지만 참 인간적이고 소탈한 성품입니다. 책이 나오면 카다피 대통령도 좋아하실 거예요. 사실 리비아가 사회주의 국가지만 우리 동아가 대수로 공사를 하면서부터 그분이 친한파로 돌아섰단 말이지요.

그 전에는 리비아에 북한 노동자들밖에 더 있었어요? 얼마 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리비아를 방문했을 때도 동아의 대수로 공사를 제일 먼저 자랑했다고 전 세계로 뉴스가 나가지 않았어요? 그럴 정도로 카다피 대통령이 친한파가 된 겁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남북 문제가 심각했을 때도 아마 우리 정부가 카다피 대통령한테 특사를 보내 중재를 요청했다면 기꺼이 김정일 정권에 메시지를 넣어 한국 입장을 도와줬을지도 몰라요.”

-대단히 어려운 작업을 시작하신 것 같습니다. 카다피 대통령에 대해 얘기는 많이 들었어도 내용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있는데 책이 나오면 관심도 끌겠지만 우리 국민이 리비아를 더 가까이 느끼게 되고 민간 교류가 활성화되는 계기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겠지요. 내가 준비하고 있는 영화도 상당 부분을 리비아에서 촬영할 생각이에요. 구상은 이미 끝났지만 최고의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최고의 작가한테 시나리오 집필을 의뢰했는데 내가 감독한다고 하면 카다피 대통령께서 아주 흥미있는 일이라고 할 겁니다, 허허허.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분을 만나게 되는 거지요.”

▶대전 동아공업고등학교 개교 30주년 기념식에서 졸업생 대표가 30년을 이끌어온 최원석 공산학원 이사장에게 감사의 꽃다발을 증정하고 있다.

-영화가 벌써 준비 단계를 넘어서 시작 단계로 들어갔군요.
“굉장히 재미있고 깜짝 놀랄 내용들이 담길 겁니다, 허허허.”

최 회장은 자신의 과거사도 상당 부분 넣게 된다고 하면서도 스토리 공개는 하지 않았다. 미리 알면 흥미가 반감된다는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촬영 스태프를 소개하겠다는 전화가 몇 차례 걸려왔지만 어떤 성격의 영화인지는 일절 얘기를 하지 않는다. 화제를 바꾸었다.

-연말도 다가오고 대선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특히 재계의 움직임이 그전하고는 분위기가 다른 것 같습니다.
“정기국회가 개원되고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하면 재계는 분주해지는 거지요. 나도 전경련 부회장으로 있어 봤지만 경제 관련 법안들이 쌓여있고 하니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돼요. 그 외 뭐 다른 이유가 재계에서야 있겠어요?”

“전범 재판도 시대적 불가피성 감안”

-사면복권 문제도 전경련 입장에서는 초미의 관심이 되지 않겠습니까.
“(손사래를 치며) 그건 내가 언급할 얘기가 아닌 것 같소. 내 문제는 시간도 많이 흘렀고 이제는 진실이 뭔가 하는 것을 알아야 될 사람들은 웬만큼 알게 됐을 거라고 내 나름대로 믿고 있어요. (잠시 침묵했다가) 전경련은 재계 모임인데 회원사 총수들 문제라는 점도 있지만 우선 국민 보기에도 민망한 일이니까 전경련으로서는 사면이 이어지기를 간원하는 입장이겠지요.

사실 총수들이 대부분 IMF 이전의 회계 관행 때문에 처벌을 받았는데 국내에서는 이해해주는 부분도 있고 국민한테 ‘죄송합니다’ 하면 어느 정도 양해가 되지만 해외에서는 얼굴을 들지 못하잖아요. 우리나라가 벌써 무역 10대국 안에 들 정도로 세계시장에서 위상이 있는데 총수들이 해외 활동을 하면서 죄인 얼굴로 누굴 만나겠어요. 그런 걸 심각하게 배려해줘야 해요. 그러니 겉으로 얘기는 못하지만 전경련에서도 속이 타겠지요.”

-동아공고가 벌써 개교 30주년이 됐군요.
“세월 참 빠르지요?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됐어요. 선친(최준문 전 동아그룹 명예회장)께서 돈이 없어 학업을 할 수 없는 학생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해오시다가 기업인으로 성공을 하시니까 제일 먼저 교육사업을 구상해보라고 하십디다. 그게 시작이었는데 벌써 30년이니 말이지요, 허허. 기술만 있으면 먹고산다는 말을 하던 때가 불과 몇 년 돼요? 동아공고를 세울 때도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건 기업 하는 사람이 해야 할 당연한 소임이라고 하시면서 참 열성적으로 뛰어다니셨는데….

요즘은 관심이 멀어진 것 같지만 60년대 후반인가?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열리면 금메달을 따는 게 최고의 영광 아니었습니까. 취직도 100% 되고. 그런 분위기 때문에 전부 열심히 훈련했고 우리나라가 세계기능대회에 나가면 금메달을 가장 많이 따서 10년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도 세우고 그랬잖아요.

그때도 한진, 현대, 그런 기업들하고 같이 선친께서 최대한 후원을 하십디다만 하여간 고향 후진들을 양성한다는 목적도 있고 해서 대전에 공고를 세우셨는데 지금 2500여 명의 대학생이 공부하고 있는 우리 대학(동아방송예술대학)이 설립된 것도 선친의 뜻을 이은 거지요.”

이코노미스트에 연재됐던 동아그룹 파산 과정이 ‘하늘에서 땅 끝까지’를 오르내린 한국 경제사의 숨겨졌던 이면이었다고 볼 때 연재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뭔가 못다 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최근 K그룹 J 전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문에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기업들이 해온 일반적인 회계업무 처리나 분식회계 관행 등은 특수한 한국적인 상황이 있었다는 점을 다소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었는데, 회장님도 비슷한 과거사를 갖고 계시잖습니까. 소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런 판결이 있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럽지요. 관행이 무시되는 현실이라는 건 특히 기업 하는 사람들에게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도덕을 요구하는 겁니다. 전범을 재판해도 당시 상황과 시대적 불가피성을 감안하잖아요.

대법원에서 기업 분식회계나 회계업무 처리 같은 것이 관행이었고 한국적인 특수성이 있었다고 다소라도 인정한 것은 기업을 했던 사람들한테는 우울한 기분을 위로해주는 것이 됩니다. 어찌됐건 나는 그래요, 대법 판결과 상관없이 이제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동아그룹이 파산선고를 받고 공중분해가 되다시피 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경영을 책임졌던 내 잘못 못지않게 정부의 책임은 없어요? 솔직히 내가 동아를 살리려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김포매립지 용도변경을 요구했을 때, 정부가 거절했잖소. 용도변경을 절대 할 수 없는 땅이라고 말이지.

그래 놓고 내가 물러나니까 송곳도 안 들어갈 정도로 반대했던 정부가 금방 용도변경을 해서 팔아 치우고. 이는 원칙이나 상식이 있는 행위라고는 할 수 없지요. 똑같은 땅, 번지 수도 다르지 않은 땅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소? 기업이 하면 안 되고 정부가 하면 되는 건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는 전형적인 경제관이지. 그러면 못 써요.”

“이 나라가 공산주의 국가인가”

-국가발전을 내세워 관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나선 것 아니겠습니까.
“이 나라가 공산주의 국가요? 민간이 사업주체가 돼야지 관이 왜 나서요? 그럼 관이 국민을 먹여살려야지. 논리가 그렇지 않소? 이건 너무나 명백한 시장논리의 기초고 자본주의 국가의 본질이야. 관이 사업을 하나? 세계적인 석학 애덤 스미스도 국가는 정의의 법만 확립하고 모든 경제활동은 국민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경제 저항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떤 이론이 관 주도 사업으로 국가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합디까? 관 주도 경제라는 말이 있었지만 그것도 정책을 얘기한 것이지 관에서 사업을 한다는 소리는 아니었잖소.”

-거슬러 올라가면 경영을 책임졌던 회장님 못지않게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말씀이 김포매립지만을 얘기하는 게 아닌 것처럼 들립니다.
“재벌 욕하지 말아야 돼요! 지금 나는 손을 턴 입장이니까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어요. 정권만 바뀌면 재벌을 타깃으로 삼는데, 필요할 땐 청와대 불러서 밥도 주고 뭐든지 도와줄 테니 경제를 살리자 해놓고 돌아서면 등에 칼을 대고, 그렇게 해서 경제정의를 어떻게 확립해요.

대기업을 구조 조정하느니,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라느니, 그런 독려도 강요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겁니다. 모든 걸 시장경제에 맡기고 원리원칙대로 하면 되는 거예요. 사실 동아가 왜 부실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차입을 해야 됐어요?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기업 하는 사람은 1달러라도 벌어야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게 돼요. 그래서 오지에도 나가고 열대 사막에도 나가서 열심히 하는 겁니다.

그런데 돈을 좀 벌고 있으면 짐을 지워요. 잘나가는 기업이 당나귀요? 왜 짐을 지워요? 쓰러지게 돼 있는 기업은 쓰러지게 내버려두거나 스스로 일어서게 해야지 동아가 사우디에서 땀 흘리며 열심히 해서 돈을 버니까 장영자 사건이 터졌을 때 정부가 어떻게 했소?”

▶“이 나라가 공산주의 국가요? 민간이 사업주체가 돼야지 관이 왜 나서요? 그럼 관이 국민을 먹여살려야지. 논리가 그렇지 않소? 이건 너무나 명백한 시장논리의 기초고 자본주의 국가의 본질이야.”

-장영자 사건이라면, 80년대 전두환 정권 때 터졌던 이철희, 장영자 사건 말씀입니까?
“그래요, 장영자 사건이 터져가지고 경제가 거덜이 나게 생겼다고 아우성을 치면서 그때 정부가 한 일이라는 게 뭐냔 말이오. 다른 건 모르겠어, 정치적인 건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우리가 사우디에서 공사하고 있는데 그 옆에서 공사하던 공영토건이 장영자 어음을 썼다가 쓰러지게 되니까 동아가 공영토건 맡고 동해생명도 맡으라고 했어요. 동아건설이 정부가 키우는 당나귀요 관공서요? 그걸 맡으라고 하는 건 강압이에요.

그런데도 정부가 어떻게 했는지 내막을 모르는 국민은 동아가 마치 기업사냥이라도 한 걸로 알아요. 그것 때문에 동아가 얼마나 힘들게 됐었어요? 그게 97년 IMF 때까지 계속 후유증으로 남았잖아요. 그건 그 당시 재무제표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어요. 잘나가던 동아한테 짐을 떠넘기면서 3000억 증자해라, 1400억 증자해라.

어느 정권 때라고 할 것도 없이 그런 외압을 거부할 수 있는 기업이 있었어요? 그래 놓고서 대기업 욕해요? 열심히 했던 것이 죄요? 대기업이 됐건 재벌이 됐건 1달러라도 못 벌면 기업이 알아서 정리하고 그것도 안 되면 자기들이 쓰러지는 거요. 그걸 왜 정부가 나서서 동반자살하라는 것도 아니고 같이 부실이 되게 합니까?”

“마른 수건도 한 번 더 짜라 다그쳐”

건국 이후 최대 어음 사기사건으로 기록된 82년 2월의 이른바 ‘장영자, 이철희 사건’은 당시 전두환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하면서 조흥은행, 상업은행을 포함한 국내 제1금융권은 물론 단자회사, 증권사, 사채시장까지를 망라하는 금융권의 대재앙으로 산업계 전반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은 희대의 사기사건이면서 부정부패의 표본으로 규정된다.

당시 공영토건, 일신제강, 해태제과, 삼익주택, 라이프, 태양금속 등 6개 기업이 얽혀있는 가운데 82년 5월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는 대다수 국민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고 서민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공황은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검찰은 장영자, 이철희 부부가 발행한 어음 총액이 당시 우리나라 총 통화량의 6.6%에 해당하는 7111억원에 이른다 했고, 사용처가 불분명한 것까지 추정하면 그 액수는 규모를 가늠하는 일조차 어렵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공영토건은 건설사였으니까 경영을 하기에 낯설지 않았겠습니다만 동해생명은 전혀 동아건설과 어울릴 수 없는 회사였는데도 맡으라 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1400억원이나 증자를 하도록 강요 받았다는 겁니까?
“그러니 생각을 해봐요. 당시 장영자 사건과 연관된 어음금액이 7100억여원이었는데 증자하라는 액수가 1400억원이라면 그게 간단히 준비할 수 있는 금액이었겠어요? 동아가 아니라 천하 없는 기업도 그런 상황에서는 부실을 키우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런 짓을 정부가 앞장서 해놓고 정부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있겠소? 그래도 나는 공영토건을 살리기 위해 정말 동아는 적자가 나도 공영토건은 적자가 안 나게 했고 하청을 줘도 이익이 많은 것만 골라서 줬어요. 오히려 동아 직원들한테 마른 수건도 한 번 더 짜라고 다그치면서 말이지. 그러고 동해생명은 어떻게 했는지 알아요?

상호를 동아생명으로 바꿔가면서 모든 동아 직원들한테 보험가입을 권하고 전사적으로 노력했어요. 어느 기업 오너가 쓰러지는 기업을 받아들여서 자기 이름으로 바꾸는 걸 좋아하겠소. 위탁경영을 한다고 할망정 망하는 기업을 자기 족보에 올리지는 않는 거요. 동해생명을 동아생명으로 바꾸니까 동해생명에 있던 직원들 얼굴은 순식간에 환해지지만 동아 직원들은 완전히 우거지상이야. 어디서 저런 걸 가져와서 그룹 이미지 버려놓느냐 이거지.

그래도 온갖 노력을 다해 회생시켰는데 그걸 또 정권 바뀌고 동아가 워크아웃 되니까 헐값으로 처분을 했잖소. 나를 물러나게 하더니 경영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을 전문경영인이라고 내세워 놓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가격으로 넘겼습디다. 내가 당한 걸 얘기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그래 놓고도 정부는 잘했고 최원석이만 나쁘다고 욕해요?”

▶“나를 물러나게 하더니 경영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을 전문경영인이라고 내세워 놓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가격으로 넘겼습디다. 내가 당한 걸 얘기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그래 놓고도 정부는 잘했고 최원석이만 나쁘다고 욕해요?”

최 회장은 정부와 채권단의 무원칙적이고 형평성을 잃은 처리 과정 때문에 모든 게 문제점투성이였다는 시각을 보였다. 물론 전문경영인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경험으로는 전문경영인 체제도 정부가 나서서 강요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동아를 떠났을 때 전문경영인이라고 자칭하면서 들어온 사람이 무슨 짓을 했어요? 언론에 발표된 것만으로도 30여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정치권에 뿌렸다가 구속되지 않았소. DJ정권 때지만 그런 인물이 사면은 빨리 받던데, 사면 받는 건 좋아요, 어떻게 전문경영인이라는 입장에서 회사 자산을 터무니없이 처분하고 더구나 비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요?

그 사람(고병우 전 건설부장관)을 회장에 앉힌 건 회사를 살리라고 한 건데 공사 수주는 한 건도 못하면서 비자금 만들 생각을 어떻게 하고, 범죄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무슨 수로 비자금을 만들어 정치권에 뿌리겠느냔 말이오. 에이, 그런 얘기 그만 합시다.”

-그럼 재미있는 얘기 좀 해주시지요.
“(말없이 빙그레 웃다가) 내가 장 이사(부인 장은영 동아방송예술대학 상임이사를 그렇게 호칭했다)하고 결혼하니까 남자들이 질투합디다. 여자들이 질투하는 게 아니라 남자들이 나를 질투해요. 그래서 혼났어. 허허허. 재미있는 나라야. 남자들이 질투를 하리라는 건 상상을 못했거든? 그러고 보면 내 인기는 끝났다는 얘기지? 여자들은 질투를 안 하고 사내들이 심통을 부리니 말이오, 나 참. (장 이사 인기가 좋았던 모양이라고 하자) 내가 볼 땐 순둥이고 학교하고 집밖엔 길도 모르던데 어떤 매력이 있어서 인기가 좋아?”

최 회장은 한바탕 웃어버리고는 약속했던 시간이 지났다면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켜 달라고 했다. 여전히 카리스마는 살아있는 듯이 보였다.

이호 객원기자·작가
leeho52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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