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위기앞세워 군사진출 公論化-日자위대 한국파견 추진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日本)이 최근 우리 정부에 한반도 비상사태 발생시 日자위대(自衛隊)소속 항공기 한국 파견 허용여부를 타진해온 것은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되어온 동북아 지역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진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즉 일본은 지난해 3월 북한(北韓)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로 조성된 동북아 긴장구조를 자신의 목표인 자위대 해외파병의 계기로 삼으려는 일련의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이제 자위대법 개정등 대체적인 국내정지 작업을 얼추 마무리해놓고 당사자인 한국정부의 의향을 떠보는 단계라고 보여진다.물론 현단계에서 이번에 방한(訪韓)한 곤도 유타카(近藤豊)의원등의 이같은 의향 타진 움직임을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자위대 파병의 신호탄으로 볼필요는 없다.
그러나 곤도 의원이 현재 일본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점과 일본의 외교활동에서 당정(黨政)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그의 이번 訪韓활동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표면상으로 내세우고 있는 일본의 자위대 항공기의 파견 이유는한반도 비상사태 발생시 자국(自國)국민에 대한 안전 귀국이다.
한국에 장기체류중인 일본인은 8천여명이다.그러나 일본의 이같은명분뒤에는 북한 핵문제를 빌미로 일본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합법화 시키려는 일본의 속셈이 숨어있는게 거의 틀림없다.전문가들은 일본의 자위대 항공기 한국 파견 허용 요청이「양날을 가진 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비상사태 발생시 해외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1차적 책임이라는 명분을 근거로 일본이 지난 54년이래 숙원사업인자위대 해외파병 금지의 족쇄를 벗어던지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54년 일본 자위대가 창설된이래 지난 92년9월 캄보디아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한이래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야금야금 추진해왔다.
문제는 한국정부가 이같은 일본의 움직임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명확히 입장정리를 못한채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40억달러가 소요되는 對北 경수로 지원등의 분야에서 일본의 지원이 필요한 형편이다.
따라서 재외국민 보호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일본의 이같은 움직임에 무작정 반대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또다른 차원에서 정부가 만일 일본 자위대 항공기의 한반도 파견을 허용할 경우 예상되는 격렬한 국민감정을 고려할때 선뜻 일본측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도 없는 형편이다.한마디로 정부가 일본의 외교적 지원이라는 현실적 필요와 국민감정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돼있는 셈이다.
〈崔源起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