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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짜고 친 답변' 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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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민주당의 선두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사진) 상원의원이 망신을 당했다. 시민들과의 만남에서 힐러리 측이 질문자를 미리 심어놓고 질문.답변을 진행했다가 들통났기 때문이다.

힐러리는 6일 바이오디젤(식물유로 만드는 디젤유) 공장이 있는 아이오와주의 뉴튼을 방문, 시민들과 타운홀 미팅(현지 주민과의 만남)을 했다.

이때 해당 지역에 있는 그린넬대학의 한 여대생이 "지구온난화가 걱정인데 그 대책은 뭐냐"고 물었다.

힐러리는 웃으며 "내가 아이오와주에 오면 그 문제를 묻는 젊은이가 많다"며 대체 에너지 개발 공약 등을 요령있게 설명했다. 준비된 답변을 한 것이다.

힐러리 캠프 관계자는 행사가 열리기 전 이 학생에게 "청중석에 있다가 지구온난화에 대해 질문하라"고 부탁했다. 학생은 시키는 대로 하고 나서 친구들에게 알렸고, 소문이 퍼져 그린넬대학 인터넷 사이트에 그 내용이 실렸다.

힐러리 선거캠프의 대변인은 9일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힐러리 의원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런 일이 알려지자 조프 미첼이라는 목사도 올봄 힐러리 진영에서 비슷한 부탁을 받았다고 ABC방송 등에 밝혔다.

힐러리의 아이오와주 방문을 앞두고 선거캠프 관계자가 '이라크 전비에 대한 힐러리 의원의 입장은 왜 그렇게 단호한가'라는 질문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 힐러리 측은 이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힐러리 진영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LA 타임스는 10일 "힐러리는 너무 계산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데 그에 딱 맞는 일이 생겼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이오와주 주민들은 후보들과 만나 진지하고 진솔한 대화를 하는 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데, 이들을 상대로 쇼를 한 것은 몹시 나쁘다"며 "이로 인해 힐러리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오와주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주별 경선이 내년 1월 3일 제일 먼저 실시되는 곳이어서 모든 후보가 중요하게 여기는 지역이다.

힐러리는 11일 공개된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으로부터 추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힐러리의 지지율은 지난달 40%에서 36%로 떨어진 대신 오바마는 20%에서 25%로 올라 지지율 차이가 11%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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