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돌연 강경 기류-제네바회담 난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울.워싱턴.제네바=康英鎭기자,金容日.高大勳특파원]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北-美회담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美國)은 핵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갈 경우 군사력을 사용한 해결과 핵재처리시설의 파괴를 경고하기 시작했고 북한(北韓) 은 이에 北-美회담 거부와 핵활동재개 경고로 맞대응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관계기사 6面〉 제네바에서 열리는 北-美간 3단계 2차회담은 3일간 회담결과▲한국형 경수로▲특별사찰▲폐연료봉처리등의 문제에 이견을 접근시키지 못했다.경수로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이 경수로 건설비용 대부분을 담당할 수밖에 없는 여건에서 한국형을 수용 할 것을 촉구하며 설계.자재.기술인력을 한국이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모델 선택권을 자신들이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별사찰과 관련해 미국은 과거 핵의혹을 밝히는 사찰이경수로 지원에 앞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으나 북한은 北-美관계가 개선돼 신뢰가 구축되면 저절로 해결될 문제라는 기존(旣存)입장을 고수했다.
폐연료봉 처리와 관련해 미국은 제3국으로 이전해 안전하게 재처리할 것을,북한은 제3국 이전을 주권행사의 포기라며 받아들일수 없다고 맞섰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영변(寧邊)의 5천㎾ 실험용 원자로에 핵연료봉을 다시 장전할 의사도 밝혀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바회담이 이같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윌리엄 페리 美국방장관은 25일 끝내 핵폐기물 재처리에 최종합의가 실패할 경우 미국이『군사적 위협을 의미하는 강제 외교』로 돌아가게 될수밖에 없음과 재처리시설의 파괴검토를 경고했다.
페리장관은 이날 美 NBC-TV「언론과 대화」와 CNN-TV와의 대담에서『북한이 국제사회와 협력할지,아니면 끝내 대결할지양자택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누구도 핵문제로 한반도(韓半島)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나 유사시를 대비해 재처리 설비를 파괴하는 방안이 검토될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美항공모함의 동해배치와 페리장관의 對북한발언등을싸잡아 비난하면서 미국의 對북한군사위협이 지속될 경우 北-美회담의 중단과 핵활동의 재개를 경고했다.
북한 외교부대변인은 25일 관영 중앙통신과의 회견에서 페리장관의 발언에 대해『미국이 힘과 외교를 배합해 우리에게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